창원서 최대 보험사기… 1361명이 가짜 환자였다

경남 창원시에서 연루된 사람 숫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보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창원의 2개 병원과 인근 함안군 소재 1개 병원 등 3개 병원에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받아간 혐의로 1361명을 한꺼번에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33개 보험사에서 1인당 평균 700만원씩 모두 95억원의 부당한 보험금을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03명이 140억원의 보험금을 타내 떠들썩했던 강원도 태백시 보험 사기 사건과 비교할 때 액수는 적지만 연루자 수는 3배가 넘는다.

◇3년2개월 사이 564일 동안 입원

경찰에 넘겨진 1361명은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간염·당뇨 등 통원 치료가 일반화된 질병인데도 병원이나 병명(病名)을 바꿔가며 문제의 3개 병원에 입원한 '나이롱 환자'였다.

손모(53)씨는 2008년 5월부터 2011년 7월까지 3년2개월 동안 3개 병원을 옮겨가며 입원해 9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손씨는 한 번 퇴원했다가 한 달 이내에 병원을 바꿔 재입원하는 것을 18차례 반복하면서 3년2개월 사이 무려 564일을 입원해 있었다.

정준택 금감원 보험조사국장은 "2주 이상 입원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 사기로 의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부분 2주 이내에 퇴원한 뒤 병명을 바꾸거나 병원을 바꿔 재입원하는 수법을 썼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같은 병원에 동시에 입·퇴원한 '가족 사기단'도 모두 176명에 달했다. 최모(63)씨 부부는 고혈압으로 6차례에 걸쳐 모두 107일간 매번 함께 입·퇴원하면서 보험금 2400만원을 받아갔다.

보험금을 타낸 사람들 중에는 보험 설계사 31명도 포함됐는데, 이들은 병원에 입원한 도중에 회사에 출근하거나 보험 계약을 하러 다녔다. 연루자 1361명 중 40~50대가 909명(66.8%)이며, 여성이 893명(65.6%)이다.

◇"원무과장 골프 모임으로 환자 정보 주고받아"

이런 광범위한 보험 사기가 저질러졌던 것은 문제의 3개 병원이 브로커를 통해 조직적으로 '나이롱 환자'를 끌어모았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환자를 소개받을 때마다 병원이 브로커들에게 10만~20만원씩 건넸고, 브로커들은 따로 환자들로부터 보험금의 10%씩 을 받아갔다는 정보를 입수해 경찰에 넘겼다.

교묘하게 재입원이 반복된 것은 3개 병원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환자 주고받기'를 한 결과인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무과장들끼리 골프 모임을 통해 평소 친목을 다져왔다는 제보가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3개 병원에 입원하면 보험 사기가 가능하다는 소문도 널리 퍼져 제 발로 찾아온 나이롱 환자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연루자 중 116명은 경남 지역이 아닌 서울·부산·경기 등 타 시·도 거주자인데도 원정 입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면 몇 명의 브로커가 활동하고 병원 측과 어떻게 유착됐는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