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기업, 장외시장서 인기몰이

국내 증시가 해외발 악재에 흔들리고 있지만 장외시장은 의외로 평온하다. 특히 IPO(주식 공개 상장)를 앞두거나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장외시장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는 곳이다. 일반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적기 때문에 국내외 악재의 영향력이 적은 편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IPO주로 달아오르는 장외시장

장외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광섬유 케이블을 만드는 우리로광통신은 지난달 24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3000원대였던 주가가 하루 사이 277% 정도 급등했다. 주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 17일 현재 1만5000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IPO를 자진 철회했던 엠씨넥스도 올해 다시 상장을 추진,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연초 대비 주가가 100% 가까이 올랐다.

올 초부터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총 21곳이다. 여기에는 사조씨푸드·현대오일뱅크처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앞둔 대어(大魚)도 포함돼 있다.

투자자들은 신규 상장 종목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일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IPO주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기업 9곳 가운데 7곳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넘기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한 대형 증권사 상장 담당자는 "기관들은 보통 상장 첫날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올 들어 기관들이 물량을 내놓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새내기주를 장기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 초읽기?…수년째 소문만 돌아도 주가 급등

당장 상장을 앞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안에 IPO를 추진할 것이란 소문만 돌아도 장외시장 종목의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15%로 상·하한 폭을 제한하는 장내 주식과 달리 별도의 가격제한폭이 없기 때문이다.

리딩투자증권은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1230원으로 크게 올랐다. 연중 최저가(840원) 대비 46.5% 수준 상승한 것이다. 커피 전문점 가운데 최초로 IPO를 준비하고 있는 카페베네도 1만5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SDS·미래에셋생명·포스코건설·SK건설·LS전선 같은 대기업 계열사들도 수년째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높은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예컨대 삼성SDS는 회사 측에서 상장 계획을 부인하고 있는데도 언젠가는 상장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지속되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 중인 동종 업체 SK C&C(8만9800원)보다 비싼 10만4000원을 기록했다.

◇"심사 청구가와 현재 주가 비교해보세요"

전문가들은 새내기주가 흥행한다고 해서 IPO주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외시장 정보업체 프리스닥 정인식 대표는 "장외시장은 투자자들이 기업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 "해당 종목이 상장 전 예비심사를 청구할 때 내놓는 청구가와 현재 주가를 비교해 매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장외 주식 매매는 38커뮤니케이션·프리스닥 같은 장외시장 정보 제공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할 수 있다. 동양증권·SK증권·골든브릿지증권 등 일부 증권사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지점을 통해 매매를 대리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