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타임머신 타고 휭~ 조선시대 왔어요"

본격 더위가 찾아오기 전, 아직은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이다.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海美邑城·사적 제116호). 생생한 역사체험에다 주변에 볼거리, 먹을거리까지 풍성해 온가족이 함께 색다른 추억여행을 떠나기에 그만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4계절 관광코스여서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다.

◇읍성에 들어오면 '딴 세상'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 인근에 있는 해미읍성은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조선시대 성(城) 중 하나다. 1491년(성종 22)에 축성해 서해안 방어를 맡았던 곳으로 면적은 19만㎡ 규모. 현재 남문인 진남문(鎭南門)을 비롯해 동문·서문이 있고, 성내에 동헌(東軒)·어사(御舍)·교련청(敎鍊廳)·사령청(使令廳) 등의 건물이 있다. 또 천주교 박해 성지로도 유명해 역사적 발자취와 조상의 숨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포졸들이 지키는 해미읍성 진남문(鎭南門)에 들어서면 넓은 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미읍성관리사무소에선 관광안내와 함께 유모차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천주교 박해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는 호야나무와 대형우물을 돌면 민속가옥촌이 기다리고 있다. 왕골, 짚, 대나무를 이용해 소쿠리, 채반, 죽부인 등을 뚝딱 만들고 옛 방식 그대로 모시를 삼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겨운 초가지붕과 야트막한 돌담길, 군데군데 텃밭에 심어진 야생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가집 뜰에선 투호,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연날리기, 널뛰기, 구슬치기, 자치기 등 옛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민속가옥촌 뒤편 공터엔 8만㎡ 규모 유채밭이 조성돼 싱그러움을 더한다. 밭 가장자리 소원돌탑, 솟대는 정겨움을 자아낸다. 돌탑에 돌을 쌓고 소원을 빌면 솟대가 하늘에 전해줄 것만 같다. 돌계단을 통해 성 안 정자에 올라 해미읍성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호서좌영 관아가 눈에 들어온다. 객사에선 지역 소리꾼들이 목청을 뽐내기도 하고, 붓글씨 솜씨를 자랑하기도 해 고풍스럽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일했던 국궁체험장에서 힘껏 시위를 당겨 과녁을 맞히는 재미도 크다.

해미읍성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엔 전통찻집이 기다린다. 황토, 짚, 통나무로 지은 정겨운 전통찻집에서 동네 아낙들이 만든 쫄깃한 찰떡, 쑥떡과 시원한 식혜, 수정과, 오미자차를 맛볼 수 있다. 원목향이 그윽한 황토방에서 차진 쑥떡에 식혜 한대접을 들이켜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초가 옆 뜰에선 방패연, 가오리연, 지네연 등 각종 연을 직접 만들어 잔디밭을 달리며 연날리기를 즐길 수 있다. 저녁이 되면 해미읍성은 또 한 번 변신한다. 해미읍성 앞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면 빛의 거리로 탈바꿈해 데이트 코스로 그만이다.

◇해안 절경 트레킹코스도 인기

해미읍성 주변에는 '마음을 여는' 개심사(開心寺), 트레킹 명소인 황금산(黃金山) 등 둘러볼 만한 관광 명소가 많다.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象王山) 자락 전통사찰 개심사(開心寺)는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잠시 번잡한 일상에서 떠나 마음을 열고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웅전(보물 제143호)을 비롯, 영산회괘불탱화(보물 제1264호), 목조아미타여래좌상(보물 제1619호) 등이 고즈넉한 멋을 자아낸다. 최근 국가보물로 지정된 오방오제위도를 비롯, 사직사자도, 제석·범천도, 팔금강·사위보살도 등 불화를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다. 최근엔 개심사를 지나는 트레킹코스 '아라메길'이 개통되면서 해미읍성이나 수덕사까지 도보여행이 가능해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황금산은 코끼리바위, 해안절벽 등 비경을 즐기는 트레킹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해발 129m의 나지막한 황금산은 해송, 야생화 등이 어우러진 숲길과 해안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해안가 코끼리바위는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서해를 바라보며 망부석처럼 서 있는 형상이다. 땀을 식혀가면서 느긋하게 걸어도 3시간이면 족히 산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산 아래 조개구이집에선 싱싱한 자연산 가리비를 숯불에 구워 먹거나 담백한 해물칼국수를 즐길 수 있다.

천수만 자락 서산시 부석면 바위섬 간월도(看月島)는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달빛을 보고 득도했다는 곳이다. 천수만을 병풍 삼아 간월암과 간월도가 어우러지는 황홀한 낙조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물 빠진 갯벌을 걸어 간월도에 갔다 물이 차면 줄배를 타고 건너는 것도 이채로운 경험이다. 천수만 갯벌에서 소라, 고둥, 방게를 잡는 재미는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