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 어떻게 움직였나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5년에 걸친 뇌 훈련의 결과였다. 연구진은 2005년 여성 마비 환자에게 머리카락 굵기의 전극 96개를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 표면의 운동중추 부위에 심는 수술을 했다. 사람이 어떤 움직임을 생각하면 실제 동작을 하지 않아도 운동중추의 뇌 세포에서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전극은 이 신호를 포착한다.
운동중추에는 수백만개의 신경세포가 있지만 기본이 되는 100여개 세포의 신호만 포착하면 어떤 동작일지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원숭이 연구에서 이를 확인했다. 2008년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은 100개의 전극을 운동중추에 심은 원숭이가 조이스틱으로 로봇 팔을 조작해 먹이를 집어올 때 나오는 전기신호를 파악했다. 이 신호를 바탕으로 뇌 신호를 로봇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원숭이의 팔을 결박하고 먹이를 멀리 두자 원숭이는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먹이를 집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방법을 썼다. 연구진은 먼저 환자들에게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고 클릭하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했다. 그러면 뇌 운동중추의 세포에서 전기신호가 나온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왼쪽으로 움직이겠다고 할 때 신호와 오른쪽으로 움직이려 할 때의 신호가 다른 것을 알아냈다. 그다음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뇌 신호를 그에 맞는 커서 움직임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1년 만에 환자는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고 클릭할 수 있게 됐다.
로봇 팔 훈련은 처음엔 컴퓨터 화면으로 했다. 화면에 로봇 팔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며 자신이 이 로봇 팔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도록 했다. 커서는 2차원의 움직임이지만 로봇 팔은 3차원 공간의 움직임이라 더 어려운 과제였다. 연구진은 마침내 3차원 공간에서의 로봇 팔의 움직임과 그에 맞는 뇌 전기신호를 일종의 지도로 만들 수 있었다.
과거에도 마비 환자의 뇌 신호로 휠체어를 움직이거나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 로봇 팔을 움직일 때 더욱 복잡한 동작을 하게 했다. 예를 들어 탁자 위에 있는 공 하나를 집게 한다면 로봇 팔이 직선으로 가도 된다. 연구진은 탁자 위에 여러 개의 공을 둬 로봇 팔이 다른 공을 건드리지 않게 곡선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좀 더 정교한 동작과 관련된 뇌 전기신호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여성 마비 환자는 사고를 당한 지 14년 11개월 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커피를 입에 가져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