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 외고서 학생 471명 중 120명이 걸린 병

경기 고양외고에서 결핵환자가 4명, '잠복 결핵'인 학생이 200여명 발생해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올 1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고양외고 2·3학년에서 각각 2명의 학생이 결핵에 걸렸고, 2·3학년 학생 200여명이 결핵균을 가진 잠복 결핵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결핵균이 잠복해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학년 학생 1명이 지난 1월 초 겨울방학 중 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같은 반 학생들의 결핵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1명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개학 후 3학년 학생들의 결핵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2명이 결핵환자로 판명됐다"며 "이들이 2학년 학생들로부터 전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학생 4명의 결핵균을 대조·비교하는 DNA 검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4명 중 3명은 2주간 병원과 집 등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3학년 학생 1명은 아직 격리 치료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조은희 연구관은 "2학년 471명 중 100여명은 '잠복 결핵'인 것으로 밝혀져 교사들의 지도 아래 약을 먹고 있고, 3학년에서는 110여명이 결핵 양성반응을 나타내 조만간 2차 검사를 통해 '잠복 결핵'인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관은 그러나 "잠복 결핵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결핵에 걸린 것은 아니므로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잠복 결핵자 중 5~10%가 결핵으로 발병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결핵이 학교 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데도 발생 초기에 학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고양외고 측은 "질병관리본부가 18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결핵 감염 상황과 대처 방법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내에서 결핵 감염 학생 환자는 2009년 160명(122개교), 2010년 166명(110개교) 등 매년 늘고 있다. 작년 4월에도 경기 안산의 한 고교에서 15명의 결핵환자와 83명의 잠복 결핵자가 집단 발생했었다.

☞잠복결핵

결핵균을 몸에 갖고 있지만 발병하지 않아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결핵균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전염력도 없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해지면 결핵이 발병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약 3분의 1이 잠복 결핵이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잠복 결핵의 비율이 높아져 50대 이상은 60% 이상이 잠복 결핵 상태다. 보건당국은 지난해부터 잠복 결핵도 적극 치료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