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터치] 5년전 잡은 소매치기 또 잡은 '신고王'

"들킬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5년 전 날 잡은 그 사람 얼굴이었습니다."

둘 다 놀랐다. 잡은 사람도, 붙잡힌 사람도. 상습절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18일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5년 전 자신을 붙잡았던 시민의 신고로 또다시 덜미가 잡혔다. 17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남성의 지갑을 훔친 혐의로 장모(3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5년 만에 장씨를 다시 붙잡은 주인공은 종로 일대에서 '신고왕(王)'으로 불리는 박모(56)씨. 박씨는 "지난 30년 동안 내가 붙잡은 소매치기범, 절도범만 300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박씨가 신고해 붙잡은 범인은 67명에 이른다. 종묘공원 등지에서 과일·카세트테이프 노점을 하며 종로에서 30년 넘게 산 박씨는 1981년부터 경찰서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씨는 "종로 거리를 환하게 아는 데다 오랫동안 경찰들과 순찰을 돌며 형사의 눈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1일에도 박씨의 눈은 형사의 눈으로 바뀌었다. 이날 오후 11시 서울 종로구 관철동 거리를 걷던 박씨는 술에 취해 졸고 있는 여성의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훔치고 있는 20대 남성 두 명을 발견했다. 망설임 없이 경찰에 신고한 박씨는 목격자로서 경찰서에서 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경찰서 당직 형사과는 조사를 기다리는 이들로 붐볐고, 기다리다 지친 박씨는 담배를 사러 거리로 나섰다.

새벽 3시 50분쯤 경찰서로 돌아오는 박씨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5년 전 소매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얼굴에 주먹을 맞아가면서 붙잡았던 장씨였다. 박씨는 장씨의 뒤를 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씨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남성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쳤다. 박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범행 장소를 벗어나 이동하는 장씨의 뒤를 쫓았다. 경찰이 도착해 장씨를 붙잡았지만, 피해자의 지갑은 이미 장씨의 손을 떠난 뒤였다. 장씨는 경찰을 향해 "증거도 없이 이래도 되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박씨는 장씨를 뒤쫓던 길을 되돌아 걸으며 지갑을 찾았다. 그때서야 장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5년 만에 또다시 박씨 때문에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