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옷' 선물로 독거노인 보듬는 아줌마들

7일 오전 11시 서울 장안동 동대문구민회관 4층은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와 "꺄르르"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밝은 분위기와 달리 재봉틀을 돌리는 11명 아줌마의 손에는 지문(指紋)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들 앞에 가득 쌓여 있는 삼베 때문이다.

이들은 2년째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수의(壽衣)를 만들고 있는 '수의사랑 나눔 봉사단'이다. 평범한 아줌마들이 수의 봉사에 나서게 된 이유는 생활한복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강사 이춘희(50)씨의 제안 때문이다.

"당뇨 합병증으로 투병 중인 엄마를 위해 직접 수의를 만들었어요.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사망 후 수의를 못 입는 노인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엄마한테 했던 것처럼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수의를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 생각했죠."

이씨의 제안으로 생활한복 강좌를 듣던 아줌마 10명이 봉사단을 꾸렸다. 봉사단 막내 윤명화(46)씨는 "우리가 배운 게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강사님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봉사단이 결성된 뒤 이들은 재료를 사러 동대문 시장을 직접 돌았다. 이때부터 봉사단에는 철칙(鐵則)이 생겼다. 화학섬유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삼베와 실은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생전에 쌓인 게 많은 분이 한 줌 남김없이 세상을 떠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 했다.

수년째 생활한복 강좌를 수강해 옷 만드는 데는 자신 있는 이들이었지만, 매주 월요일마다 3~4시간을 들여도 수의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실크나 면 소재와 달리 뻣뻣한 삼베는 다루기 어려운 데다, 수의의 구성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봉사단장 전태분(65)씨는 "지금은 수다를 떨면서도 수의를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됐지만, 처음에는 수의 용어만 듣고는 뭘 만들어야 할지도 몰랐다"고 했다. 남성용 수의는 저고리, 속저고리, 바지, 속바지, 습신(신발), 악수(손싸개), 면목(얼굴가리개) 등 23종으로, 여성용은 21종으로 구성된다.

작년 어버이날 회비를 걷어 만든 수의 2습(襲)을 독거노인 2명에게 전달한 봉사단은 지난 10일에는 3명의 독거노인에게 수의를 전했다. 이들의 올해 목표량은 6습이다. 동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와 아파트연합부녀회가 후원해줬다. 막내 윤씨는 "수의를 계속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는 어르신들에게 '생전에 수의를 받으면 오래 산다'고 덕담을 건넸더니 이내 아이처럼 좋아했다"며 "고생한 것 이상의 보람을 느껴 이젠 봉사를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봉사단의 수의를 받는 노인들은 가족과 연락도 없이 홀로 지내는 이들이다. 일본에서 시작돼 한국에서도 점차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고독사(孤獨死)의 가능성이 큰 노인들이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죽은 뒤 연락할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 '무연고 사망자'가 국내에서도 457명에 달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독거노인들을 위해 계속 재봉틀을 돌릴 생각이다. 봉사단 '왕언니' 여남주(69)씨의 말에 작업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칠순이 코앞이라 자식들에겐 수의 만드는 봉사한다는 말을 차마 못 꺼냈어. 노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계속해야겠단 의무감이 들더라고. 내가 직접 입고 갈 수의를 만들기 전까진 계속 해야 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