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인간성을 회복해야 해

환경 위기, 경제 위기, 핵위기, 텍스트(text)의 위기, 저작권 위기…. 현대 사회를 둘러싼 위기의 종류는 끝이 없다. 하지만 신문·방송을 통해 쏟아지는 위기 담론에 어느덧 우리의 오감(五感)은 무뎌졌다.

그런 둔감함을 일깨우기 위한 전시가 세계 중심 도시 뉴욕에서, 재미(在美) 한인 건축가·디자이너들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6월 15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코리아에서 열리는 '디자이어드 싱크(Desired Sync): 위기와 디자인(Global Crisis & Design ver.1.5)'전. 지난해 말 뉴욕에서 열린 첫 번째 '위기와 디자인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디자이너들의 비영리단체 그룹 아이엠(IM·the Institute of Multidisciplinarity of Art, Architecture and Design) 소속 회원 22명이 참여한다.

전시의 주제는 일관적이다. "모든 문제의 근본은 '인간성 위기'에서 왔다"는 것. 먼저 글로벌 6대 위기에 대해 13명의 작가가 21개의 공동작품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른바 '6+13+21' 프로젝트. 안상희·하가희·육근형·박혜연·홍이지 등이 전시장에 설치된 흰색 파빌리온(특설 가설물)에서 패션과 조경, 건축과 그래픽 디자인을 넘나드는 공동작품을 선보인다.

'디지털 문명에서 인간성을 찾아보자'는 인터랙티브(쌍방향 동작인식) 미디어 아트부문도 주목할 만하다. 신수경씨가 지난 전시에 이어 선보이는 연작 '죽지 않는 꿈 2'는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전시장 한편에 설치된 웹카메라가 관람객의 표정을 실시간 포착해 반대편 벽면에 거대한 날개 모양으로 변환시킨다. 신씨는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미디어가 오히려 사람 간 대화를 잃게 한 역설적 상황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화용씨의 '보야지(Voyage)'는 '회귀'를 상징하는 연어를 본뜬 오브제에 서울의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한 뒤, 바람의 세기나 온도 변화에 따라 연어가 움직이도록 한 설치물. "뉴욕 한복판에서 고국의 현재를 체험하게 하고, 더 나아가 머나먼 지역의 문제가 현재에 영향을 끼친다는 '나비효과'를 경험하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건축가 안지용·이상화씨의 '바이크행어', 최창학씨의 '상보적 건축2', 김동일·이서주씨의 '레스 하우스' 등은 좁은 땅, 주택 부족,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 등을 건축적 오브제를 통해 푼다. 이 밖에 조항만·서지영·차태욱·조유연·박지원 등도 참여했다.

전시를 기획한 건축가 최창학(40)씨는 "환경·경제 등의 문제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보살피지 않는 데서 오더라"면서 "최대한 인간적이고 따스한 메시지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인간성 회복'이란 우회적 해결책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