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클래식] 古典의 둥지로 날아가라, 내공을 얻을 테니

"폭력과 살인이 끊이지 않는 세상, 주변 사람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어떻게 하나요?" 한 독자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이 날아왔다. "1년에 1명씩만 미워하면 됩니다." 좌중에 웃음이 번졌다. 답변은 이어졌다. "누군가 나를 미워하고, 마찬가지로 나 또한 누구를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연말에 '올해의 미운 놈' 한 명씩만 고르세요. 30년이 지나도 5000만 국민 중에 30명밖에 안 되겠지요. '세상에 미운 놈 30명밖에 없는 나는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보세요."

명사 101명이 추천한 고전을 매주 한 권 소개하는 '조선일보 101 파워클래식'이 독자를 직접 만나는 다섯 번째 북콘서트가 16일 서울 종각 인근 M스퀘어에서 열렸다. 조선일보와 출판사 민음사(대표 장은수)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작가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주제였다. 정신과 전문의인 하지현 건국대 교수가 강연과 심리상담을 맡았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 50여명이 2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뻐꾸기…'는 수감된 교도소보다 편해 보이는 정신병동에 들어가려고 미친 척을 하던 주인공 맥머피가 수간호사 랫치드를 만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으며 시작된다. 하 교수는 1부 강연에서 "'뻐꾸기…'는 의학 교재로도 사용하는 텍스트"라며 "과연 미친 척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고 소개했다. 잭 니컬슨이 주연한 동명 영화(1975)의 한 장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순서도 있었다. 맥머피가 월드시리즈 TV중계를 보자고 했다가 '다수결'에 의해 좌절되는 장면은 '내가 미쳤는가, 세상이 미쳤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줬다.

2부 상담시간에는 외롭고 괴로운 현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독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부대원의 심적 고충을 이해해주고 싶다는 부대장부터 인생의 항로가 안갯속이라는 대학 신입생도 있었다. 하 교수는 "아침에 눈뜬 초등학교 6학년에게 '미래'란 그날 오후 3시"라며 "고전을 열심히 읽으며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두뇌의 단순한 공회전이 아닌 내공의 깊이를 얻게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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