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남편 A(62)씨와 아내 B(59)씨 부부는 결혼 33년차이던 지난해 이혼을 결심했다. B씨는 결혼 초부터 시댁 식구 갈등으로 줄곧 이혼을 생각했다. B씨는 고졸인데 반해 남편 A씨는 서울 명문대 출신이라는 학력 차이가 문제였다. 시아버지가 도지사를 지낸 남편 집안 어른들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B씨를 무시했다. 그럼에도 B씨는 3남매를 생각해 이혼을 참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막내아들이 대학교 2학년이 되자 이혼을 결심했다. 2008년 모 대기업 임원을 퇴직한 남편 A씨가 퇴직 이후에도 집안일을 B씨에게만 맡기는 데다 80대 후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일도 B씨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였다. 이혼 당시 B씨는 남편에게 아파트와 퇴직금 등 재산 분할 등을 요구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에서 결혼 20년차 이상의 황혼부부 이혼이 결혼 4년차 이하 신혼부부 이혼을 2010년부터 2년 연속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도 2010년부터 30대 이하(39세 이하) 이혼보다 50세 이상 이혼이 더 많았다. 서울시는 ‘2011 서울서베이와 ’2011 혼인·이혼통계(통계청)’ 등을 분석해 20일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2010년 황혼부부 이혼 건수는 5940건으로 신혼부부 이혼 건수(5440건)를 500건 차이로 앞섰다. 이듬해인 2011년엔 그 차이가 더욱 벌어져 황혼부부의 이혼이 신혼부부 이혼보다 621건 많았다.
전체 비율 면에서도 신혼 이혼은 2001년 27.9%에서 꾸준히 줄어 2011년 24.7%를 기록했다. 반면 황혼 이혼은 2001년 17.8%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1년 27.7%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554건이 늘어난 수치이다.
황혼 이혼과 함께 황혼 결혼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50세 이상 남성 결혼 건수는 3471건으로 20년 전인 1991년 1286건 3배 가까이 늘었다. 남성 전체 혼인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1.2%에서 2011년 4.9%로 증가했다. 50세 이상 여성의 혼인 건수 역시 1991년 543건에서 2011년 2475건으로 20년 동안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여성의 전체 혼인 건수 중 50세 이상 비중은 0.5%에서 3.5%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황혼 이혼 증가의 원인으로 남편과 아내의 가치관 차이를 지적했다. 이선희(심리학 박사) 은행나무부부상담소 소장은 “시대의 변화로 나이 든 아내는 평등한 부부 관계를 요구하는 반면 남편은 여전히 가부장적인 습관에 젖어 있다”며 “퇴직 후 남편이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가사를 맡기는 게 황혼이혼 증가의 한 원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 서울서베이 통계에 따르면, 가사노동을 아내가 전적으로 맡느냐는 질문에 20·30대 부부 18.3%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50세 이상 부부는 41.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박영섭 서울시 정보화기획담당관은 황혼이혼 증가 원인에 대해 “이제 이혼이 흉이 아니라 개인이 새로운 삶을 찾는 계기로 인식된다”며 “동등한 부부관계를 요구하는 아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