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품질도 높인 실속형 PB(자체 상표 상품)가 대세
입력 : 2012.05.21 03:01
[高물가에 진화하는 PB] 롯데마트·이마트 등 속속 출시
PB 매출, 전체의 25%로 증가… 식품 비중 줄고 소비재 늘어
편의점은 500원짜리 상품 인기, 독신 가구 위한 소용량도 등장
롯데마트는 최근 "고물가로 인한 실속 소비 트렌드 확산에 발맞추겠다"며 PB 235종을 새로 출시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PB는 현재 품목이 1만개가 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에 달한다. 이마트에서는 2006년 4500억원 정도이던 PB 매출이 지난해엔 전체 매출의 25%인 3조4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국내 대형마트에 PB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였다. 당시 PB는 종류 자체도 적은 데다가 싼 가격만을 강조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NB(national brand·제조업체 브랜드 상품) 못지않은 품질에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PB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PB를 대하는 소비자의 이미지도 단순히 '싼 제품' 아닌 '합리적인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PB 브랜드는 대개 프리미엄·일반·실속형 등 세 종류가 있다. 대형마트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속형 PB를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최근 235종의 PB를 새로 출시하면서 절반에 가까운 111종을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실속형 PB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는 "작년까지 PB 전체 매출의 5% 정도였던 실속형 상품군의 매출 비중을 올해는 1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롯데마트 전체 PB 매출의 10.4%를 실속형 PB가 차지했다. 작년 1분기 실속형 PB 매출 구성비(5.7%)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PB 상품의 매출 비중은 20.7%에서 9.5%로 떨어졌다.
특이한 것은 실속형 PB의 인기가 비(非)식품 상품 중심으로 쏠리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실속형 PB 브랜드 '세이브 엘'의 매출은 식품이 71.5%, 비식품이 28.5%였다. 그러나 올해는 식품 매출이 41.9%로 줄었고, 비식품은 58.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고물가에도 먹을거리만큼은 너무 저렴한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화장지, 주방용품 등 비식품 PB는 일회성 소비재가 대다수여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료품 판매가 대다수인 편의점에서는 PB의 가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불황 탓에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싸다'고 느끼는 가격대가 10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500원짜리 '초저가' PB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500원 PB 상품을 보강해 현재 아이스크림 3종, 과자류 7종, 생수 1종(500mL)을 판매하고 있다. 300mL PB 생수는 350원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것 자체가 화제"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500원짜리 생수와 아이스크림은 편의점 부동의 1위 브랜드이던 '삼다수'와 '메로나'를 제치며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PB가 대거 등장한 것도 유통업계의 최근 트렌드이다. 독신 가구를 위해 일반 상품의 절반 크기로 제작한 빨래 건조대나 쌀 1㎏·잡곡 200g 등의 소포장 곡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7~10회 정도 마실 수 있는 70g 용량의 원두커피 상품도 등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반 브랜드 상품의 추가 할인이나 '1+1 행사' 등이 대부분이던 유통업계 가격 경쟁 구도가 'PB 대(對) 일반제품'의 경쟁 구도로 바뀌고 있다"며 "대형마트 주도로 다양한 PB를 개발해 고물가 시대에 전체적인 상품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PB(private brand)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생산을 주문해 만든 상품에다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것으로 ‘PL(private label)’이라고도 한다.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이 절약돼 제조사 고유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