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달러조달 끊겨도 석달 이상 버티게 대비

지난주 불거진 그리스발(發) 글로벌 금융 불안 탓에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보인 공식 반응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화 유동성 상황을 재점검한다"고 밝힌 게 전부지만, 물밑에선 비상대응방안을 이미 마련해 가동하고 있다. 정부가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분야는 외환시장이다. 정부는 외부 투기세력이 외환시장 혼란을 부추기지 않는지 들여다보고 상황에 따라 강력한 '카운터펀치'(시장 개입)를 날릴 채비를 하고 있다. 당국은 17일부터 환율 방어가 필요한지 검토에 들어갔고, 18일 달러당 환율이 1170원대를 넘기자 실제 시장 개입에 나서 환율을 끌어내렸다.

외환 당국 고위관계자는 "유럽발 시장 불안이 적어도 8월까지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일희일비하지는 않겠지만, 국제비교를 통해 원화만 변동폭이 커지거나, 일부 세력이 이를 부추기는 정황이 드러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 당국의 정책라인은 상황에 따라 강력한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매파'로 분류된다.

금융당국도 달러 자금 경색에 대비해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외화 자금을 넉넉히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 하반기 이후 매달 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신규 달러 조달이 전혀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그런 경우에도 3개월 이상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며 달러 공급선 확보를 재촉해 왔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4월 말까지 점검한 결과 현재 시중은행들은 달러 조달이 끊어져도 모두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정부 압박이 "여분의 달러를 조달해야 해 은행 수익성을 떨어뜨린다"고 반발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또 금융기관의 달러 차입이 막히는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직접 나서 외화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실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에는 정부가 은행 자본확충펀드 등을 통해 이런 수단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