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장병들 갔던 그곳서… 유족들 첫 봉사활동

"아들들이 왔던 곳이라 그런지, 처음 왔는데도 낯설지가 않네요"

19일 오후 2시, 천안함 유족회 회원 15명은 유족회 첫 사회봉사활동 장소로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노인요양원 '에덴의 집'을 찾았다. 천안함이 폭침당하기 전인 2008년과 2009년에 '천안함 장병'들이 봉사활동을 다녀갔던 곳이다.

현관까지 마중 나온 요양원 할머니들은 3~4년 전 다녀간 천안함 장병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신재(87) 할머니는 "군복 입은 젊은이들이 6월 뙤약볕에 지붕 위에서 온종일 얼굴이 벌게지도록 못질을 했다"면서 "돌아갈 때 큰 소리로 경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요양원 원장 홍명자(68)씨는 "폐 끼친다며 식사도 자신들이 갖고 온 김밥을 먹고 갔는데, 너무 미안해 김치를 내놓으니까 아주 좋아했었다"면서 "2009년엔 장병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어차피 내년에 또 올 건데요'라며 쑥스러워하며 갔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도착 후 유족들은 안마부터 시작했다. 고(故) 안동엽 병장의 자형 김인득(35)씨는 홍은숙(83) 할머니에게 특전사 의무부사관으로 있을 때 배운 스포츠마사지 솜씨를 발휘했다. 아픈데도 눈을 질끈 감으며 꾹 참고 있던 홍 할머니에게 옆에 앉은 김덕순 할머니가 "참지 말고 얘길 해유"라고 말하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유족들은 1시간여 동안 안마 봉사를 마치고 청소를 시작했다. 고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50)씨는 대걸레를 들고 화장실로 가 물기를 짜내며 "마대질 오랜만에 해본다"며 미소 지었다. 고 박정훈 병장의 아버지 박대석(52)씨, 고 강준 상사의 아내 박현주(31)씨, 고 최정환 상사의 아내 최선희(35)씨는 복도에 일렬로 놓인 창문 4개를 하나씩 붙잡고 닦았다. 최씨는 보채는 딸 의영(3)양을 업고 유리창을 닦았다. 집 밖 수돗가에서 걸레를 빨던 고 이상희 하사의 어머니 권은옥(47)씨는 차가운 지하수 때문에 손이 발갛게 됐다. 유족들이 먼지를 털어내고 걸레질을 하자,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집안이 북적거려 좋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유족들은 이날 17kg짜리와 15kg짜리 대형세탁기 2대를 선물했다.

"배 인양이 안 돼 한 달 가까이 애를 태우던 시절, 우리는 '해군에서 주는 간식인가보다' 하고 음식을 먹었죠. 하지만 우연히 위문품 목록이 적힌 서류를 보게 됐는데, 그제야 '내가 먹은 옥수수는 평택에서 농사를 짓는 한 할머니가 한 해 농사의 절반을 떼 보내온 거구나. 피자와 치킨, 햄버거도 평택 인근 음식점 사장들이 우리를 위로하고 싶다며 보내온 것들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젠 우리가 그때 받은 정을 사회에 다시 돌려 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 봉사활동에 나섰습니다."

유족회가 사회봉사활동에 나선 이유를 이인옥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유족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할머니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또 와, 또 와"라며 유족들의 손을 잡았다. 유족 박대석씨는 "우리 아들들이 살았으면 또 했을 일인데, 아무리 바빠도 1년에 두 번은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