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급 작가 대거 출동… '아트 홍콩(홍콩 아트페어)' 활짝 폈다

"내년부터는 모든 서구 갤러리가 홍콩 아트페어에 참여하려 안간힘을 쓸 겁니다."(닉 시무노빅 가고시안 홍콩 매니징 디렉터)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의 힘은 역시 달랐다. 올해 처음 '아트 바젤'이 접수한 아트페어 '아트 홍콩'(17~20일·홍콩 컨벤션센터)은 참가 화랑과 출품작 수준이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266개 부스를 놓고 세계 700개 화랑이 참가 신청을 해 경쟁률도 2.6대 1에 이르렀다. 참가 화랑과 관람객들은 "아트 바젤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한 화랑과 작품에 대한 신뢰 덕분인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컬렉터들이 홍콩으로 몰려왔다"고 입을 모았다.

◇바젤, 마이애미 이어 아시아로

1970년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에서 첫선을 보인 '아트 바젤'은 미술품이 한 해 약 6억달러(약 7000억원)어치 거래되는 세계 최고의 미술품 견본시장. 컬렉터 겸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Beyeler·1921~2010)를 비롯한 스위스 화상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트 바젤은 매년 6월 세계 300개 화랑, 2500여 작가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프랑스의 '피악(FIAC)', 미국의 시카고 아트페어 등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라고 하지만 규모와 수준으로는 최고라는 게 미술계의 통설.

국제적 화랑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시장 관리'는 특히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평가를 거쳐 매년 참가 화랑의 5~10% 정도는 '물갈이'한다. 아트 홍콩 현장에서 만난 필립 베르네 뉴욕 디아 비콘 미술관장은 "전통적인 유럽 컬렉터들이 믿고 작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트 바젤의 강점"이라고 했다.

이런 평판에 힘입어 아트 바젤은 2002년 미국으로 진출했다. 미국과 유럽 부유층의 겨울 휴양지인 마이애미에서 매년 12월 '아트 바젤 인 마이애미 비치'를 개최하고 있는 것. 260개 화랑이 참가하는 이 아트페어 역시 10년을 넘기며 겨울철 최고의 아트페어로 자리 잡았다.

아트 바젤은 작년 홍콩 아트페어를 4회 운영한 '아트 홍콩'의 지분 60%를 사들였다. 매그너스 렌프루 아트 홍콩 디렉터는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이 동양으로 이동하는 지금, 아시아 컬렉터를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홍콩이 최적지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명칭도 '아트 바젤 인 홍콩'으로 바꾼다. 아트 바젤은 지역적 특색을 살린 '3대륙 아트페어'의 원칙도 정했다. 바젤은 유럽 화랑 50%, 마이애미는 미주 화랑 50%, 홍콩 역시 아시아 화랑에 전체 부스의 50%를 할당한다. '물갈이' 원칙은 3대륙 아트페어에 같이 적용된다.

◇탈락할라… 화랑·작품 수준 높아져

올해 '아트 홍콩'엔 독일 한스 마이어, 미국 리처드 그레이, 일본 갤러리 코야나기 등 미국·유럽·일본의 유명 화랑이 새로 대거 참여했다. 전시장 풍경도 달라졌다. 가고시안은 바젤에서처럼 고급 컬렉터를 겨냥해 피카소·자코메티·모네 등 유럽 대가만 모은 별실을 마련했다. 미국 개념 미술가 조셉 코수스, 이탈리아의 국민 화가라는 조르조 모란디 등 상업적 인기보다는 '미술관급' 작가 작품도 대거 등장했다. 올해 참가한 한 국내 화랑 관계자는 "서구 유명 갤러리 못지않게 세련된 부스를 꾸미느라 신경 썼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전시 기획자 시수첸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이나 아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업적이고 장식적인 작품이 많았는데 올해엔 유럽 아트페어 못지않게 세련된 컨템퍼러리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아트 홍콩 갤러리 섹션엔 한국에서는 가나아트센터,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갤러리인, 카이스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등 9개 화랑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