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선비정신 찾아 한 발 한 발… 진정한 공부의 발견

국립중앙도서관·조선일보·교보문고가 공동주최하는 '길 위의 인문학' 탐방단이 18~19일 '우리 서원의 정신을 찾아서'를 주제로 안동, 영주, 풍기 일대를 찾았다. 옛 선비들이 학문을 닦고, 스승을 모시던 서원을 둘러보는 이번 탐방은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탐색하는 구도(求道)순례 같았다.

첫 행선지는 서애 류성룡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한 병산서원(屛山書院). 앞쪽에 병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강물이 고요히 흐르는 병산서원은 낙동강변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서원으로 꼽힌다.

병산서원 만대루(晩對樓)에 둘러앉은 탐방단 앞에 조선 선비들의 학문론을 연구한 '공부의 발견' 저자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나섰다. "오늘날의 학교교육은 '입시'라는 괴물 때문에 무엇이 의미 있는 공부이고, 바람직한 교육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옛 선비들이 서원에서 했던 공부는 참된 나를 찾고 인격적 지식을 추구하는 진정한 공부였습니다." 좌중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건축가 김석환씨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뛰어난 건축물인 병산서원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탐방단은 이 멋진 곳에서 공부했을 선조들을 부러워하며 서원 곳곳을 둘러봤다.

안동 도산서원(陶山書院)에서는 주자학을 집대성한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의 흔적을 되짚었다. 간결하고 단정하게 꾸민 서원의 흔적들엔 선생의 검소한 품격과 학문을 공부하는 선비의 자세가 깊게 배어 있었다. 닭실마을에선 삼계서원(三溪書院)과 청암정(靑巖亭)을 둘러봤다.

이튿날은 선비들의 정신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 명륜당에서 옛 선비들의 삶과 학문을 되돌아봤다. 새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아침, 수업을 듣는 탐방단의 얼굴은 편안했고 선비처럼 고결해진 듯 표정이 맑았다. 선비촌과 무섬마을을 걸으며 옛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배우고 익혔다.

마지막 코스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나오는 죽령 옛길 답사였다.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과 길게 늘어져 있는 수목 터널이 곳곳에 펼쳐진 길을 한 시간 남짓 걸으며 걸었다.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는 김혜리씨는 "서원 답사를 통해 사서(司書)라는 직업을 다시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했고, 최연소 참가자인 중학생 김태영군은 "아버지와 함께 온 이번 탐방에서 얼마 전 다녀온 수학여행보다 더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