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많이 빠졌는데… 주식형펀드 인기 아직 시들

투자자들 입맛이 예전 같지 않다. 작년에는 전체적으로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서도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이 되면 일시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다시 돈이 들어왔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판도가 다르다. 5월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와중에서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보다 혼합형 펀드와 파생상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비교적 더 안전한 상품들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하락해도 주식형 펀드 인기는 "글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된 여파로 국내 증시가 하락했던 지난해 8~9월에는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렸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두 달 만에 3조5000억원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올해는 코스피지수가 내려도 지난해처럼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4월부터 이달 17일까지 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돈은 68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증권 전문가들은 몇 년째 계속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와 해외 경기 요인들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지 망설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이재 하나대투증권 WM부 이사는 "주식형 펀드는 투자자들 사이에 증시가 바닥을 찍었고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클 때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혼합형 펀드, 하락장서 선방

달라진 투자자들 취향에 맞춰 증권업계에서는 채권에 투자하는 비중을 높인 '혼합형' 펀드와 랩(랩어카운트·전문가가 대신 자금을 투자하거나 자문에 응해주는 자산 관리 서비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두 달간 혼합형 펀드로는 625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달 하나대투증권이 선보인 '하나 탄탄대로 ETF 랩'은 투자금액의 50%는 코스피지수 ETF(상장지수펀드)와 업종 ETF에, 나머지 절반은 신용등급이 A- 이상인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드림자산운용이 출시한 '드림 10대그룹주 오토플러스 증권투자신탁'은 펀드 자금의 절반을 국채와 통안채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 10대 그룹에 속하는 업체의 주식과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요즘처럼 코스피지수가 하락세일 때는 채권에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의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보다 높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최신 집계를 보면 18일 기준으로 혼합형 펀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과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0.8%, 마이너스 2.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0.8%와 마이너스 6.8%에 비하면 혼합형 펀드의 투자성과가 더 좋다.

◇주식형 펀드 대신 '곁가지' 상품

주식 가격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이나 지수 ETF에 투자하는 펀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해 8~9월에는 파생상품으로 5100억원이 순유입됐지만, 올해 4부터 5월까지 2개월이 채 못 되는 기간에 1조5900억원이 몰렸다. 주가지수나 달러 등 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가 인기몰이를 했기 때문이다.

신동익 한국투자증권 강남 V프리빌리지점 PB팀장은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대신 코스피지수가 등락을 반복할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찾는다"며 "이 때문에 기대수익률은 은행 금리보다 높고 증시가 하락해도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파생상품과 혼합형 펀드가 인기를 끄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명 '청개구리 펀드'인 리버스 펀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리버스 펀드는 투자자금의 일부를 코스피지수가 내리면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투자성과가 가장 좋은 상품은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마이베어마켓 증권투자신탁'으로, 최근 한 달 수익률 10.0%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