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1년 다됐는데… 유럽산 테팔·필립스 다리미 수입 원가의 2.3배에 팔려

중간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탓에 유럽산 전기다리미가 수입 원가의 2.3배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다리미가 공장도 가격의 1.5배 정도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실시로 관세가 완전히 없어져 국내 제품과 똑같은 사정임에도 중간에서 훨씬 높은 유통 마진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1일 "유럽산 전기다리미 가격 정보를 분석해보니 평균 3만6600원에 반입돼 소비자에게는 8만4027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소비자원이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를 받아 'FTA(자유무역협정) 품목 가격 정보 제공'의 일환으로 실시한 것이다.

소비자원은 테팔, 필립스, 로벤타 등 3개 유럽 브랜드 다리미 41종의 가격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유통업자들은 개당 평균 4만7427원을 남겨 수입 원가 대비 평균 129.6%의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산 다리미는 공장도가의 1.5배 수준에서 팔리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 관계자는 "소비자가 10만원짜리 제품의 경우 공장도가는 6만~7만원선"이라며 "유통 마진은 공장도가 대비 50%선"이라고 밝혔다.

수입 다리미의 마진이 높은 것은 시장의 독과점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소비자원은 밝혔다. 소비자원은 "수입업체는 세브코리아, 필립스전자 등 두 곳에 불과하고 수입 다리미 소매 시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산 다리미는 TV 홈쇼핑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팔리고 있다.

조사 결과 수입 다리미는 '수입업체→대형마트·가전 전문점' 경로나 '수입업체→중간 상인→백화점·오픈마켓(G마켓 등)' 경로 등 2~3단계를 거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백화점보다 유통 단계가 더 적은데도 최종 소비자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백화점의 평균 가격을 100으로 할 때 전문점은 99.9, 대형마트는 94.6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유통구조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효과가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자 수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간 상인이 개입된 3단계 유통구조에선 수입가격과 비교해 수입업체 25~30%, 중간 상인 30~40%, 최종 판매처 40~40%의 마진을 남기는데 중간 상인이 없는 2단계 유통구조에선 수입업체 40~50%, 최종 판매처 50~60%의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픽 참조〉

한·EU FTA가 지난해 7월 1일 발효돼 1년이 가깝도록 유럽산 다리미 가격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 4월 문제를 지적하면서 불공정행위 적발시 처벌하겠다는 엄포를 놓자 그때야 가격이 15.1% 내려갔다.

소비자원은 전기다리미를 구입할 때 오픈마켓(지마켓 등)이나 백화점 온라인몰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조사 결과 인터넷 오픈마켓의 다리미 가격은 백화점 등 가격의 평균 62.2% 정도였다. 또 백화점 온라인몰의 다리미 판매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의 81.9% 수준이었다. 소비자원은 "인터넷에서 구입해도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으니 안심하고 구입하라"고 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