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서울시청사] 구청사(본관) 벽면 채운 107m(길이)×11m(높이) 거대 책장… 지하엔 소통공간 "시민청"

지난 2009년 5월부터 만 3년 동안 붕대를 친친 맨 듯 가림막에 가려졌던 서울시 신(新)청사가 오는 24일 위용(威容)을 드러낸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높이 26m·둘레 130m의 가림막을 걷어내기 시작해 24일 철거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현재 외장 공사는 거의 마무리 됐고 7~8월 내부 마감 공사가 끝나는 대로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10월 초 신청사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번에 가림막을 벗는 본관(구청사·연면적 1만8977㎡)은 1926년 일제강점기 경성부청사로 지어진 뒤 서울시청사로 이용돼 온 건물. 리모델링을 거쳐 '서울도서관'으로 탈바꿈한다. 지하 4층·지상 5층짜리 도서관으로 서울시내 133개 도서관을 연결하고 시정(市政)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용도로 쓰인다. 1층부터 4층까지 주제자료실·시정자료실 등 성격이 다른 자료실들이 들어선다. 2층에는 북카페가 마련된다. 백미(白眉)는 이전 건물에서 그대로 보존한 파사드(전면부) 안쪽의 지상 1~4층을 전부 책으로 채우는 '벽면 서가'. 길이 107m, 높이 2.8m(매층)의 규모로 오크(참나무) 책장을 만들 계획이다. 3층에 있던 구(舊) 시장집무실과 기획상황실은 원형을 보존해 전시관으로, 4층은 사서교육장·시민세미나실로 쓸 예정이다. 유리돔이 있는 옥상은 옥상정원 겸 전망대로 쓰인다.

본관의 경우, 파사드와 중앙홀이 등록문화재 52호여서 '원형보존'과 '복원공사'가 병행됐다. 공간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본관 파사드를 136개 지지 파일로 띄워 그 밑으로 터파기 공사를 하는 '뜬구조 공법'으로 지하 공간을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개발된 지하 4개층 중 지하 3·4층은 서고(書庫)로, 지하 1·2층은 전시관 겸 시민참여 행사공간인 '시민청'(가칭)으로 운용된다.

'시민청'은 '소통의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사실상 신청사의 핵심 공간. 신관 지하 1층과 연결되는 공간인 동시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시청을 드나들 수 있는 통로다. 태평로,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시청역 연결통로와 연결된다. 총 면적 7603㎡(약 2303평)로, 시민들의 불편과 의견을 듣는 '신문고', 시청 터에서 나온 옛 집터와 우물 등을 전시하는 '유구전시실', 시민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길이 25m짜리 유리 다리도 만들어졌다.

6948개의 유리를 커튼월(유리를 연속적으로 쓰는 공법) 방식으로 펼쳐놓아 마치 파도가 물결 치는 듯한 독특한 외관이 특징인 신관(지상 13층·지하 5층, 연면적 7만1811㎡)은 서울시 공무원들의 사무공간인 동시에 서울시민의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다. 8~10층에 대규모 회의와 콘서트 등을 여는 '다목적홀', 시민들이 자유롭게 서울시내 전망을 감상하는 '하늘광장' 등을 설치했다. 건물 정면으로부터 유리외벽 안쪽까지 평균 폭 10여m짜리 수직정원 '에코플라자'는 휴식공간인 동시에 10만여본의 식물이 자라는 친환경 공간. 설치작가 전수천씨의 높이 25m짜리 설치물 '메타서사―서벌'이 에스컬레이터를 감싸고 돈다.

신청사를 향해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축계 내부에선 "설계와 감리가 분리된 '턴키'(시공자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수주하는 방식)로 공사가 진행돼 설계자인 건축가 유걸(아이아크 대표)씨의 당초 설계안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며 "공공건물 수주의 문제점을 보여준 프로젝트"라는 비판이 있다. "'건축주'격인 서울시장이 공사 중간에 바뀌면서 내부 구성 등이 뒤늦게 확정되는 등 우왕좌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