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상처에 함께 눈물… TV, 마음을 보듬다

'힐링(치유)'이 최근 방송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예능, 드라마부터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출연자·시청자의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지는 프로그램들이 선보이고 있다. 고백, 눈물, 위로, 진실…. 이런 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힐링 바람은 지난해 7월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불기 시작했다. 제목에서부터 힐링을 내세운 이 프로는 출연자가 인생의 굴곡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위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대마초 흡연, 교통사고에 연루돼 한동안 자숙했던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들이 컴백하면서 이 프로에 나와 심경을 밝혔고, 이혼의 상처와 병을 앓는 아이(신은경), 두 딸을 입양한 사연(차인표) 등의 이야기도 공개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6월 방송 예정인 케이블채널 '패션엔(FashionN)'의 '미스 에이전트'는 치유를 내세운 메이크오버(변신) 쇼다. 흉터 등으로 고민하는 출연자들의 외모를 피부과·치과 전문의 등의 도움을 받아 개선해주는 게 골자인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패션엔 김현아 PD는 "외모 변신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과 전문의도 섭외해 외모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았던 출연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 방송을 시작한 KBS 일일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도 '힐링 드라마'를 표방한다. 서로 상처를 주던 가족들이 갈등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사람들의 마음을 피폐하게 하는 자극적 드라마와 달리 인간이 바라는 보편적인 감성인 감동, 사랑, 따스함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골든 12'는 채식, 템플스테이 등 지친 현대인의 심신을 달래는 장면을 보여주며 힐링에 접근한다. 지난해 말 케이블 tvN에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시간의 숲'은 울창한 숲을 거닐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올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왜 TV 프로그램이 '치료사'를 자처하고 나서는 것일까. 박진생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경쟁이 심화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위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며 "매스미디어가 '치료받고 있다'는 느낌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청자들은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송 출연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