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을 위해 총을 든 사나이, 신이여 용서하소서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성 노예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아이들이 있다. 당신이라면 그냥 눈 감고 지나칠 것인가, 아니면 생명을 무릅쓰고 악당들과 맞서 싸울 것인가. 마크 포스터 감독이 연출한 '머신건 프리처'(24일 개봉)의 주인공 샘 칠더스 목사는 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기관총을 들었다.

'머신건 프리처'는 실존 인물 샘 칠더스(50) 목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최근 칠더스 목사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폭력과 마약에 찌들어 엉망인 삶을 살았던 칠더스(제라드 버틀러)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되자 가족들의 도움으로 교회에 가서 참회한다. 하지만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람은 살아 있었고, 칠더스는 그때부터 신실한 기독교 신자로 거듭난다.

건실한 가장으로 아내,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는 1998년 교회에서 주최한 수단의 집 짓기 봉사에 참여한다. 그는 한창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수단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소년병이 되고, 성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목격한다. 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칠더스는 고아원을 짓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평화적 방법으로는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급기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총을 들고 반군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교훈적 종교영화에 머무를 뻔한 영화를 감독과 주연 배우가 살렸다. 포스터 감독은 칠더스의 선택을 미화하지 않았고, 버틀러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분노를 터뜨리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칠더스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칠더스는 "제라드가 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면서도 "나한테는 강하고 거친 면이 남아있는 반면 부드러움도 있는데 영화 속에서 그런 면이 잘 드러난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종교의 힘으로 단번에 개과천선하는 칠더스의 모습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그는 "얼마나 나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건 간에 마음속에 희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도…"라고 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답변은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신을 믿기 시작했을 때 아프리카에서 수단의 아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게 정말로 내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죠."

수단 아이들 돕기에 나선 이후 칠더스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잘 나가던 사업을 접었고, 가족과의 다툼도 잦아졌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칠더스는 "영화 속에서와 달리 아내는 이 일을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해하고 지원해줬다"고 했다. "딸아이는 어렸을 때 내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헌신하느라 자신에게 소홀했다고 불평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딸아이도 아프리카에서 수녀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했다.

"미친 사람이나 테러범이 들어와 당신의 가족이나 아이들을 유괴했을 때 제가 여러분의 아이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데려오든 방법이 문제가 될까요?"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실화의 주인공 칠더스 목사가 직접 등장해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그의 이중적 모습을 냉소하거나 비난하던 관객들도 이 대목에서 움찔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기자가 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결과나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설령 그 과정이 폭력과 살인이라도?" 칠더스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