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혜株, 철강·화학 지고 소비재만 뜬다

중국 수혜주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화장품·음식료품 등 소비재 종목은 닫힐 줄 모르는 중국인들의 지갑 덕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의사를 내비칠 때마다 주가가 달음박질했던 소재 업종은 중국 성장 수혜주 목록에서 멀어지고 있다. 세계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성장 전략이 가면 갈수록 내수 시장 강화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성장 강조'… 화장품·음식료 질주

소비재 산업군에 속한 '중국 수혜주'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제과 업체 오리온은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4% 올랐다. 화장품 제조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전날보다 각각 5.9%, 5.0% 상승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락장에서 주가가 많이 내린 데다, 중국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나선 것이 주가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영 매체인 신화통신을 인용,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통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12일에는 중국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낮췄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금융기관이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어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난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도 주기로 했다.

중국인의 소비 심리도 줄곧 '파란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중국 소비자신뢰지수는 매달 100을 웃돌았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 인식과 전망을 나타내는 이 지표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제조업 경기는?…소재주는 덤덤

반면 화학·철강 등 산업용 소재 업종 주가에는 경제성장을 강조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큰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원유를 이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금호석유화학은 전날보다 0.9% 내렸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각각 0.9%, 0.7%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6% 상승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는 생산량의 약 60%를 해외로 수출하는데 그중 절반을 중국 업체에 판다.

대표적인 철강 생산 업체인 포스코는 0.7% 하락했고, 세아베스틸도 0.9% 내렸다. 현대하이스코는 0.4% 상승했다. 아시아 지역의 철강 가격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40%가 넘는 중국 철강 업체의 제품 가격에 영향을 받는데, 중국 내 철근·열연 등 철강 제품 선물 가격은 최근 5주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데다 제조업황이 부진하면서 중국 내 철강 제품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내 제조업 성장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올해 4월 중국 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산업 생산은 매달 13~14%씩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박정우 SK증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중국 정부가 공장을 짓고 제조업을 키우는 정책을 폈고, 투자자들이 중국을 고성장 국가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데다 중국의 성장 동력도 약해졌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실물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