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보다 짭짤한 배당… '채권형 주식' 돈 몰려

초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처를 잃은 돈들이 '채권형 주식'을 입질하기 시작했다.

주가 등락이 심하지 않으면서 배당으로 채권 이자 같은 고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보수성향의 투자자들이 이런 주식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전무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은행 예금만 갖고 자금을 운영하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아주 보수적이었던 투자자들도 투자 마인드를 바꿔 배당만 받고서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수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선 '채권형 주식'이 은퇴자들의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AP통신은 최근 "안정적인 고정 수입원이 필요한 은퇴 세대들의 수요가 몰려 채권형 주식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당, 초저금리 시대의 보너스

채권형 주식은 매년 고정적으로 배당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도 손실이 어느 정도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채권형 주식' 대표 상품은 어떤 것들일까?

본지가 22일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에 시가총액·부채비율 등을 고려해 2008년 이후 매년 은행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은 배당을 준 기업들을 뽑아본 결과, SK텔레콤, LG화학(우), 파라다이스, 강원랜드, 휴켐스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 기업들은 최근 4년간 연평균 3.6~5.5%의 시가(時價) 기준 배당을 했다. 이 정도 수익이면 어지간한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다.

이 기업들 외에도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배당으로 주주(株主)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곳들이 있었지만, 회사 규모가 너무 작거나 부채 비율이 높은 곳이어서 제외했다. 안병원 삼성증권 과장은 "주주 입장에선 고배당 정책이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면서 "배당률이 들쭉날쭉한 것보다는 통상 적정한 수준의 배당을 매년 일정하게 지급하는 회사가 좋다"고 조언했다.

한정희 우리투자증권 과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주식에 투자할 땐 목표수익률을 세후 연 4~8% 정도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시기에 투자하면 시세차익과 배당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경영 돌발변수 잘 체크해야

채권형 주식은 하락장에서도 주가 방어력이 좋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놓고 나서 방치해선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주식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경기 변화나 인수·합병(M&A) 등 돌발 변수가 생기면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만약 호재가 생겨서 주가가 본질 가치보다 크게 올랐다고 판단하면 팔고 다른 값싼 자산으로 옮겨 타는 작업도 필요하다.

전문가 중엔 고배당주 투자와 관련해 역발상 투자 전략을 권하는 사람도 있다. 양승익 KB자산운용 팀장은 "채권형 주식은 배당 수익이 쏠쏠하지만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해서 세금 부담이 생긴다"면서 "배당락(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져 주가가 떨어지는 것) 직전에는 주가가 오르므로 이때 매도하고 배당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생계에 바빠서 좋은 종목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아예 이런 채권형 주식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증권사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우증권이 최근 '골든에이지'란 상품을 내놨고,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상품들을 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