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주식 거래 이틀째에 20억달러 손실

전 세계 9억명을 회원으로 둔 페이스북의 주가가 공모 이틀 만에 급락세를 타면서 '버블(거품)'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페이스북은 첫날 공모가(38달러)를 가까스로 웃돌더니, 거래 이틀째인 21일에는 11% 폭락했다. 22일에도 장 초반 6% 이상 떨어지는 등 폭락세로 출발했다.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Zuckerberg)의 재산도 21일 하루 만에 20억달러(2조3200억원)가 날아갔다. 나스닥 지수가 2.46% 폭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페이스북 주가가 떨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페이스북 경영진과 공모 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과욕을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은 애당초 공모가 범위를 28~35달러로 제시했다. 이 가격에 투자자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상장 1주일 전 공모가를 34~38달러로 올린 후 결국 38달러로 결정했다. 공모주 물량도 당초 계획보다 25%나 늘렸다. 기존 주주들만 이익을 최대치로 뽑아내고, 일반 투자자에게는 '김빠진 맥주'가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의 마이클 패치터(Pachter) 애널리스트는 "공모 주간사들이 일을 완전히 망쳤다"며 "공모 물량을 절반으로 줄였으면 주가는 45달러 선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페이스북이 과연 장기적인 수익 모델이 있느냐는 것이다. 페이스북 회원이 9억명을 넘는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고 하지만, 광고 외에는 어떻게 돈을 벌지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IT 전문매체 씨넷은 "페이스북이 거대한 고객 기반을 어떻게 움직여 매출을 발생시킬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실리는 기업 광고를 제대로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광고 모델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미국 AP통신과 CNBC방송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 "페이스북 광고를 거의 또는 전혀 클릭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3%나 됐다. 글로벌 1위 자동차 업체인 GM은 "페이스북이 광고비는 비싼데 효과가 별로 없다"며 올해 집행할 예정이던 1000만달러(116원)의 광고를 취소했다.

셋째,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는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닷컴 버블'에서 학습 효과를 얻은 데다, 페이스북 주식은 상장(上場) 전에 이미 장외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4년의 장외거래를 거치며 이미 13배나 오른 바 있다. 따라서 증시에 상장하면 으레 주가가 오르는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작년 11월 상장했던 대표적인 소셜커머스(인터넷 공동구매) 업체 그루폰 역시 3주 만에 공모가(20달러)를 밑돌기 시작해 최근에는 12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페이스북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공동창업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페이스북 상장 직전 "CEO 마크 저커버그는 기술력과 비전, 잡스가 가졌던 사업 감각을 섞어놓은 매우 빈틈없는 비즈니스맨"이라며 "주가와 상관없이 페이스북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