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0세 이상 남성 3명 중 2명은 한 가지 이상의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년이 되면서 배가 나오고,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한두 가지씩 생기면서, '고개 숙인 남성'이 점점 많아진다는 얘기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팀은 지난 2010년 8월~2011년 5월 성기능 장애와 관련 없는 증상으로 가정의학과에 방문한 40세 이상 남성 13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64.4%(845명)는 발기부전, 조루증, 남성갱년기 중 한 가지 이상의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었다. 질환별 비율을 보면, 발기부전은 전체 환자의 43.9%(541명), 조루증은 39.9%(472명), 남성갱년기는 19.0%(248명)이다.
성기능 장애는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여 40대 52.1%, 50대 65.8%, 60대 73.8%, 70대 이상 79.0%였다. 반면 조루증은 대개 5명 중 한 명꼴이며, 연령에 따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 및 조루증 진단은 설문 조사를 통해 증상의 정도를 점수화한 척도로 이뤄졌으며, 갱년기 장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를 재어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만성질환이 있으면 같은 연령층의 일반인보다 성기능 장애 가능성이 컸다. 고혈압이 있으면 1.3배, 당뇨병이 있으면 1.6배 증가했다. 나이가 10년 증가하면, 성기능 장애도 1.6배 올랐다. 발기부전의 경우, 우울증이 있으면 3.1배 늘어났다. 복부 비만이 있으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저하되어 갱년기 장애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독신이거나 이혼 상태가 조루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식 교수는 "성기능 관련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아닌데도 이렇게 유병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한국 중년 남성들이 각종 만성질환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