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라지만 GDP 5% 연구비 투자 혁신으로 이룩한 경제력으로 복지도 가능"

구스타프 국왕은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의 할아버지인 구스타프 아돌프 6세는 고고학에 심취했고, 왕세자 시절이던 1926년 신혼 여행차 아시아를 여행하던 중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경주에서 진행 중이던 서봉총 발굴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때 금귀걸이 등 한국 유물을 수집했다. 구스타프 국왕은 할아버지가 모은 한국 유물을 올 초 스톡홀름 동아시아박물관에 기증, 한국상설전시실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다. 구스타프 국왕은 할아버지가 찍은 1920년대 서울과 경주 사진 스크랩북을 서재에 간직하고 있다.

14년 전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은 실비아 왕비는 알츠하이머 연구의 열렬한 후원자다. 그는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알츠하이머 환자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본의 노인 간호 전문가 300여명을 초청해 스웨덴 간호사들을 집중 교육시키기도 했다. 왕비는 "당시엔 알츠하이머 환자가 청색이나 녹색 같은 어두운 색을 무서워한다는 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스웨덴 간호사들이 외국 간호사들을 교육시킬 정도"라고 했다. 이번 방한 중에도 부천시 노인전문병원에서 한·스웨덴 치매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스웨덴식 '복지(social welfare)'는 번영을 함께 누리자는 뜻이지, 그저 어려운 사람을 돕자(social benefit)는 게 아닙니다."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는 "1932년 사회민주당 집권 이후 수십년에 걸쳐 끊임없는 합의와 개혁을 통해 이룩한 스웨덴식 제도를 한국이 하루아침에 베낄 수는 없는 것"이라며 "영주·귀족의 지배를 받지 않는 자작농이 많았던 스웨덴에선 일방적 지시보다는 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고 말했다.

국왕 내외는 한·스웨덴 수교 이래 최초의 국빈 방한(訪韓·오는 29일)을 앞두고 국내 주요 언론을 초청, 지난 16일 스톡홀름 감라스탄에 위치한 왕궁 접견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구스타프 국왕은 "GDP의 50%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인구 950만명의 작은 나라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비(연간 GDP의 5%)를 쏟아 부으며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며 "혁신으로 이룩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복지도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실제로 섭씨온도, 지퍼, 가정용 진공청소기, 현금지급기(ATM), 안전벨트, 의료기기 초음파와 감마나이프 등 수많은 발명품을 탄생시킨 '혁신의 나라'다.

볼보 전기 승용차를 손수 운전해 집무실로 통근하는 구스타프 국왕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비아 왕비는 "교외로 나갈 때도 왕실과 의전팀 전원이 친환경 버스 한 대로 이동한다"며 "집안에서도 음식물과 유리, 플라스틱, 종이 등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수거하는지 남편이 직접 검사할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