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왕같지 않은 왕이다

―사극에 나오는 전형적 왕과는 거리가 멀다. 수염 기른, 위엄있는 왕 말이다.

"내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주위에선 다들 '왕이라고?'라며 믿기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사극 속 왕이 보여준 전형적인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다들 위엄있고, 강하며 지배적인 왕이었다. 사실 왕이라서 더 약하고 외롭고 불쌍하다. 모든 걸 갖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약한 인간이니까. (입술 위를 만지면서) 극 중 콧수염은 붙인 게 아니고 기른 거다. 수염 많이 나는 편이다."

―감독은 왜 당신을 왕으로 캐스팅했을까?

"성원대군은 20대 초반이다. 실제 그 나이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어린 배우가 그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가 더 든 배우 중 어려 보이는 나를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노출을 가장 많이 하는 배우다.

"남자배우에게도 정사(情事)신 촬영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렇게 강한 강도의 노출신은 이전에 경험도 없어 더 부담스러웠다. 낯선 환경과 사람들 앞에 홀로 있다는 느낌과 내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행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강한 장면들이었기 때문에 노출에 대한 부담보다 이걸 찍으면서 감정까지 표현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더 느낀 것 같다."

―정사 장면을 위해 몸을 따로 만든 것 같지 않더라.

"혹시 보기 안 좋았나?(웃음) 고맙게도 감독님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몸은 캐릭터에 어울릴 것 같지 않다고 해서 따로 (몸을) 만들지 않았다. 타고난, 좋은 몸도 아니고. 그래도 노출한다고 나름 다이어트를 했다. 영화 초·중·후반 모두 정사신이 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후반에는 (다이어트를) 좀 놓았다. 잘 보면, 영화 초반과 후반의 몸이 다르다."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때부터 연기를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나?

"연기에 대한 뜻은 없었다. 고3 때 7월 입시를 앞두고 3월부터 4개월간 열심히 준비해서 입학했다."

―타고났나 보다.

"합격했을 땐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입학하자마자 '날 왜 뽑았지?'라는 생각으로 바뀌더라. 내가 제일 못하는 학생이었을 거다. 포기하려고 휴학도 해봤는데 오기가 생겨서 버텼다. 쫓아내지 않는 이상 내 발로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오기.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돌파구가 생기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가게 되면서 재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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