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음식 다 먹어보느라 3㎏ 쪘어요"

"저 남자 누구야."

최근 검은 양복에 잘 빗어 넘긴 머리를 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는 한 남성 심사위원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강레오(36) 셰프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는 올리브 채널이 영국에서 포맷을 들여온 것으로, 16~38세 여성 시청자층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강씨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음식을 만들다니) 제 정신인 거 맞느냐" "못 먹는 음식을 먹은 기분"이라는 독설을 내뱉다가도, 울먹이는 참가자를 안아주는 인간적 모습을 보이며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16일 그가 오너 셰프로 있는 서울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강레오 셰프는 "실제로는 수줍음을 많이 탄다"며 "내가 나온 방송은 손발이 오글거려서 잘 못 볼 정도"라고 했다. 강씨는 프렌치 요리의 대가 피에르 코프만, 장 조지, 고든 램지 밑에서 요리를 배웠고, 런던 고든 램지 식당 등에서 수셰프(부주방장), 두바이 고든 램지 식당에서 헤드셰프(주방장) 등을 거친 정통파 셰프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3대가 함께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태어난 강씨는 농번기에 음식 장만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요리사의 꿈을 키웠다. 군 제대 후 영국 런던으로 요리 유학을 떠났고, 오전에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레스토랑 주방 막내로 일했다. 여러 레스토랑을 거쳤고 피에르 코프만과 고든 램지 밑에서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피에르 코프만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추천서를 받아갔는데도 코프만은 '고춧가루를 먹는 동양인은 프랑스 요리를 할 수 없다'며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꿋꿋이 버텼죠. 3개월이 되자 월급을 주더군요."

강씨는 이후 유명 셰프인 고든 램지 식당의 수셰프와 헤드셰프를 거쳤고, 2006년 귀국했다. 높은 직책에 올랐지만, 그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셰프의 음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 음식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귀국했다"고 했다.

그는 "고든 램지가 영국판 마스터 셰프 심사위원을 하는 것을 보고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가 가던 길을 따라가자'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어요. 고든 램지가 어떻게 심사했는지 참고하려고 영국판 방송을 10번 이상 볼 정도였죠."

그는 "참가자들이 만든 음식을 시식하느라 하루에 20~30인분 음식을 먹고, 3㎏이 쪘다"며 "오디션에서는 요리에 대한 열정과 근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강씨는 "방송에서 태도 논란이 있던 방송인 사유리씨도 3개월간 요리학원에 다니며 열정을 보여줘 예선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요리사는 항상 손님에게 평가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2006년부터 합기도를 배워 현재 대한합기도회 이사이기도 한 강씨는 최근 한식요리와 일본 검술을 배우고 있다. "요리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당당하고 존경받는 사람으로 늙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앞으로 3년 이내 세계 유명 도시에서 한식을 접목한 요리로 미슐랭 스타를 받는 식당을 내고 싶어요. 요리를 통해 국가의 격을 높이는 '음식 외교관'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