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 포함 안된 대형 내수株 선방

최근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이 된서리를 맞는 한편, 이 지수에 들어 있지 않은 대형주 주가가 오히려 선방(善防)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원인은 컴퓨터로 하는 대량매매인 '프로그램 매매'다.

코스피200 지수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표 업체 200개를 묶은 지표다. 이 지수를 활용하는 프로그램 매매의 순매도 금액이 커지면서 이 지수에 속했는지에 따라 같은 업종에 속한 대형주의 주가등락률이 차별화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도가 가른 주가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 넘게 내린 가운데 시가총액(시총)이 큰 종목들이 대부분 큰 폭으로 내렸다. 이날은 증시 방어주로 꼽히는 내수시장 중심 업체도 하락했다. 유통 업종에서 현대백화점이 전날보다 2.4% 하락했고, 제약사인 부광약품은 2.3% 내렸다. 한국가스공사와 KB금융도 각각 1.8%, 0.7%씩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업체라는 것.

반면 마찬가지로 시총 규모가 크고 국내시장 위주이지만 코스피200 지수에는 담기지 않은 이마트와 GS리테일은 전날보다 각각 2.6%, 1.3% 상승했다. 금융그룹인 DGB금융지주와 에너지 관련 업체인 SK가스도 소폭 올랐다.

같은 업종에 속한 내수주 간에 주가 방향이 달랐던 이유는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 주가가 하락한 현대백화점과 부광약품 등에 대해서는 이날 주가가 오른 이마트와 DGB금융지주 등과 달리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매도 주문이 대거 나왔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즘처럼 프로그램 매매 규모가 클 때는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종목으로 매도 주문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여기에 외국인이나 기관이 함께 '팔자'에 나서면 주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들어 프로그램 순매도 금액 급증

컴퓨터로 미리 입력한 가격이나 조건에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인 프로그램 매매는 대개 코스피200 지수에 든 종목을 사고판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매도 주문이 많이 이뤄지면 코스피200 지수에 속한 업체 주식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459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증시가 3% 넘게 내렸을 때도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주식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스피200 지수에 담긴 종목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5월 들어 프로그램 매매는 약 3조32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3, 4월과 비교했을 때 순매도 금액이 3배가 됐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을 이용한 차익거래(선물과 현물 주식 가격 차이를 이용한 거래)로는 코스피200 지수에 든 종목만 사고팔고, 자산운용사 등 기관은 비차익거래(여러 주식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한꺼번에 매매하는 것) 방식으로 코스피200 지수를 참고해 대형주를 묶음으로 사고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프로그램 장세' 이어질 듯

증권 전문가들은 이처럼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백운목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증시에 프로그램 매매로 7조원 넘게 순유입됐는데, 이 물량은 결국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이 물량이 아직도 5조원 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다음 달 선물·옵션 만기일까지는 지수 매도가 더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훈 연구원은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비차익거래로 매도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 그리스 등 해외 요인에 따라 외국인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프로그램 매매 순매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