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조간 읽기… 신문은 속살 짚어내는 '사람'

그녀의 습관은 '한밤중에 조간신문 읽기'다. "낮에도 인터넷을 통해 주요 소식은 파악합니다. 그래도 집에 가면 신문을 읽어요. 신문은 막연히 알고 있는 어떤 사건의 팩트(fact)를 말해주고, 이면의 맥락과 의미까지 짚어주는 '사람'이니까요."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같은 광고를 만든 사람, 삼성그룹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임원 등 수식어가 많은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이 22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리더스 콘서트 7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아버지와 신문'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어릴 적 아버지는 저를 무릎에 앉혀놓고 신문을 읽으면서 해설을 해주셨습니다. 전 아버지께 들은 신문 속 얘기를 친구들에게 전해줬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람과 사회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트렌드의 끝을 달리는 카피라이터 일을 29년째'하고 있는 그는 "좌절하고 풀 죽을 때마다 텍스트가 위안을 줬다"고 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제게 시, 소설, 역사책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한 장씩 쌓는 것, 그게 요즘 중시되는 '스마트한 아날로그' 아닐까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리더스 콘서트' 다음 강연은 29일 오전 11시 한양대에서 열린다. 강연자는 나승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대변인. 문의 블로그 다독다독(www.dadoc.or.kr)

☞강연 전문과 질의응답 내용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읽기의 즐거움, 명사 릴레이 특강 리더스 콘서트

 

일시: 5월22일 오후 2시~4시

장소: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관 1층 대회의실

주제: 읽고 쓰고 행하라!

강연: 최인아(제일기획 부사장)

주최: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선일보

작성: 블로그 다독다독 서포터즈 박소윤(한국외대 영문학과 4학년)

 

1부 강의

빈자리가 조금 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전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다른 명사에 비해 덜 알려진 터라 객석이 꽉 찰지 걱정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 남들이 알만한 광고 카피를 쓰며 살아왔다. 내 소개를 하자면, 20년 정도는 카피라이터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최근 6, 7년은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SM 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씨를 생각해보자. 원래 이수만씨는 가수였지만 지금은 소녀시대나 슈퍼주니어 같은 가수를 발굴하고 있다. 박진영 제작자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선수들도 은퇴하고 나면, 가령 류중일 감독이나 이만수 감독 등 선수생활을 마무리 한 후에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현재는 카피라이터를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 내 꿈은 소설가였다. 졸업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이었다. 13살 무렵, 선생님께서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셨다. 당시 학생들의 대답은 “현모양처”, “간호사” 등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소설가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어머, 너네는 어쩜 그렇게 너네에게 딱 어울리는 직업을 말하니?” 라고 답하셨다. 어릴 때부터 나와 글 쓰는 일이 어울렸던 모양이다. 이후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꿈이 교수로 바뀌었다. 교사가 아닌 교수였던 이유는 책에만 나오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꿈은 기자, 칼럼니스트 등 계속해서 바뀌어갔다. 어쨌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나의 생각을 글로서 표현하는 일이 줄곧 내 꿈이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29년째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글 쓰는 게 평생의 일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 강연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고서 고민을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로서 표현하는 게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반대 개념을 떠올려보았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다가 잘 안 풀릴 때, 극복하는 방법은 그 반대 개념을 떠올려 해결책을 마련하곤 한다. ‘텍스트’라는 화두를 받았을 때, 나는 고민이 되었다. 그렇지만 텍스트의 반대를 떠올리니 해결되었다. 텍스트의 반대는 ‘동영상’, ‘사진’ 등의 개념이었다. 이것들을 배제하고 ‘읽기’를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말씀해드리도록 하겠다. 동영상 콘텐츠가 만연한 이 시대에도 읽기는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오늘 이 자리에서 알려드리겠다.

보통 나는 퇴근한 후 집에 가서 신문을 읽는다. 물론 낮 시간에도 인터넷을 통해 주요 소식은 파악하고 하루를 보내기는 한다. 하지만 집에 가면 다시 신문을 읽는다. 조간신문을 밤늦게 읽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본다’가 신문의 정의인데, 이미 시간이 지난 사건을 신문을 통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는 무척 즐거운 일이다. 내가 어떤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신문이 더 자세히 말해주기 때문이다. 시간보다 팩트를 이야기 해주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다. 또, 팩트를 넘어서 그 이면에 있는 맥락과 의미를 짚어주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각자 다 다르게 생각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무척 흥미롭고 인상 깊은 일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솔루션을 받아들여야 한다. 광고가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해결책이나 해답이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한 것이 나에게는 무척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베스띠벨리’ 카피를 만들 때 있었던 일이다. 나는 그 의류를 입는 여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십 년 전이기 때문에 여권이 지금보다는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여성의 마음을 공략하는 카피를 만들었는데 소위 대박을 쳤다.

또 하나, ‘맥심’을 광고할 때 일이다. 커피 광고인만큼, 언제 이것을 소비자들이 마시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이에 대해 나는,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니라 ‘낮에 마시는 술’ 이라고 접근했다. 보통 커피는 감성적일 때나 힘들 때 찾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좋은 평판을 받았다.

텍스트를 읽는 것은, 저자와 나 사이에 의견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은 내가 저자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보면 역설적으로, 내 의견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게 된다. 남과의 의견 차이에서 그것을 더 확고히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요즘 그리워하는 ‘아날로그적’인 것은 무엇일까? 현재 우리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카피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갤럭시 시리즈의 카피는 ‘How to live smart' 이다. 스마트한 삶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아날로그가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아날로그란 무엇일까? 내가 찾은 답은,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서 완성하는 그것이 바로 아날로그라고 생각한다. 텍스트 역시 그런 맥락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한 장 한 장 쌓아나갈 때, 그게 아날로그이다.

어떤 이들은 책을 읽을 때 ‘통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건조하게 요점만 판단하려고 하는 자세로는 저자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이 있다. 인류 역사상 아주 창의적이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발현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배울 수 있는지 쓰여 있던 책이었다. 그 책을 회사에서 억지로 읽으라고 사주더라. 사람들의 반응은 “어디 요약본 없어?” 라며 건너뛰고 싶어 했다. 책이란 것은 저자가 수년간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위와 같이 핵심만 알고 싶어 하면 저자와 제대로 마주 앉은 것이라 할 수 없다. 자꾸만 빠른 것을 찾는 요즘의 세태에 있어 한 번 생각해봄직 한 문제다.

우리 회사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풍경 역시 조금 바뀌었다. 요즘은 다들 자신의 아이디어를 ‘동영상 작업’을 해 보여준다. 이는 안타깝고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보통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서로 보충하는 말들을 해주기도 하고, 꼬집기도 해야 아이디어가 비로소 ‘완성’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보여주면 그 과정이 생략된다. 멀리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 즉 상상력을 쓸 일 자체가 없어진다. 창의력을 키우는 일과는 상당히 먼 현상이 일어난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가 되고 나니 읽는 행위 자체가 어려워졌다. 쉬는 날에는 책을 읽거나 출장을 갈 때도 항상 서 너 권의 책을 끼고 갔다. 그러나 요즘에는 책 한 권 읽어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잡념이 많아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로 쓸데없는 행동이 늘었다. 이것이 읽기 행위를 방해하고 있다. 니콜라스 카 라는 작가에 의하면 ‘전자책’으로 읽는 것은 독서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에게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인데 디지털로 변환되는 순간 그 자체가 깨어진다는 것이다. 평소에 온전하게 내 생각을 발현하는 게 힘들어지는 환경 속에 우리가 놓여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충고가 있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될 때는 모조리 글로 써보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에 생각이 엉클어져 있을 때는 결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펜을 꺼내서 쓰기 시작하면 사실 해법은 금방 나온다. 내 머릿속에 명확하지 않았던 개념들이 텍스트로 옮기는 순간 명확해진다. 텍스트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객관화’ 작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금세 해결되는 것이다.

또 하나 텍스트와 관련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요즘은 ‘소통’ 방식도 이메일이나 문자 등으로 바뀌었다. 후배들도 이메일로 나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온다. 느낀 점은 하나다. “어쩜 이리도 글을 못 쓰는지!” 문장을 구성할 때 있어서, 앞뒤가 맞지 않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요지를 모르는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심각한 일이다. 이유는 '읽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많이 읽어야 자기표현도 늘 수 있다.

텍스트는 나에게 위안을 많이 주었다. 지금은 어느 회사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29년간 일하면서 좌절도 많이 하고 혼도 많이 나고 풀이 죽은 적도 많다.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게 ‘읽기’였다. 클라이언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싫은 소리가 “다 좋은데 표현이 너무 무난해요” 라는 소리였다. 그때, 어느 책에서 읽은 글을 보고 위로를 얻었다. 추사 김정희의 말인데 ‘대교약졸’ 이라는 말이다. 큰 기교는 겉으로 보기에는 졸해 보인다는 뜻이다. 이 말에 당시 많이 위로를 얻었다.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나를 싼 값에 팔아버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자존심’은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다. 나는 ‘품위’를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당장의 어려움을 막기 위해 품위나 자존심을 해치는 짓을 최대한 피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 일어나도 ‘이건 넘어갈 수 있는 일이야’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다.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이 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 중 한 예로, 재소자를 도와주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자기성찰’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인문학이 가지는 힘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내압’이라는 단어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몇 번 시도해도 잘 드러나지 않으면 곧 잘 실망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단해져가는 과정이다. 자신이 쏟은 노력은 언젠가 분명 일정 시간이 지나면 드러난다고 믿는다.

 

2부 토크쇼

 

Q. 평소 독서량이 어떻게 되는지? 독서법도 궁금하다. 그리고 독서를 할 때 양과 질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

A. 아까도 말했다시피,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읽는 것 자체를 무척 즐기는 사람이다. 사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젊을 때 책을 많이 읽어두라고 답하고 싶다. 책 읽는 것 의외로 중노동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언급한 책들이 나온다. 그러면 그 다음 도서로 그 책을 선정한다. 이렇게 읽기를 확장한다.

 

Q. 일이나 삶에서 낙담한 순간, 어떻게 극복하는가?

A. 살다보면 인간에게서 상처받기도 하고 반대로 위로도 인간을 통해 얻기도 한다. 요즘 멘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주변에 자신이 믿을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좌절하거나 낙담한 순간, 가장 고통을 극대화 하는 순간은 ‘세상엔 나 혼자야’라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주변에 나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Q. 광고 일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읽기를 통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면?

A. 광고 분야를 넓게 보면 마케팅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한다. 소설, 시, 역사 등의 텍스트는 인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광고를 만들 때 도움이 되는 자료는 두 가지가 있다. 언제 쓰일지 모르지만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주는 인문학 책들, 그리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소스들. 이 두 가지가 만났을 때 내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문학을 좋아하시면서 왜 전공을 정치학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가 어릴 때 당신의 무릎에 나를 앉혀놓고 신문을 읽으면서 해설을 해주셨다. 아버지도 신문, 정치 쪽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에게 들은 신문 속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종종 말해주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치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Q. 고전 인문학을 읽으려 해도 지루하고 잠부터 온다. 해결책을 제시해주신다면?

A.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를 생각해보자. 너무 연한 음식만 먹으면 악관절을 비롯해 주변 부위가 퇴화한다고 한다. 읽기도 마찬가지다. 고전이 힘들긴 하지만 고전을 읽어야지만 생각하는 근육이 발달한다. 가끔은 딱딱한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은 것처럼 고전 역시 어렵지만 분명히 소화해야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Q.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나 자신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나 자신을 못 믿는데 타인이 나를 어떻게 믿나?

그리고 요즘 대학생들이 스펙 쌓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물론 최소한의 스펙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 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면접을 보다보면 좀 더 눈이 가고 질문을 더 하고 싶은 면접자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것이다.

 

Q. 인문학이 우리나라에서 전망이 있는지?

A. 정리를 하자면, 굳이 전공을 하라고 강요하는 의도는 아니었다. 일하면서 현장에서 내린 결론을 말하자면, 최소한 대학교육을 받은 학력이라면 회사에 들어와서 새로운 것을 익히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획일화된 대답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창의성과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도구로서 인문학은 여전히 가치가 상당하다고 답해주고 싶다.

 

Q. 만일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가?

A. 조선시대에는 ‘사가독서’라는 제도가 있었다. 책을 읽을 시간을 휴가로 주는 제도였다. 책 읽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너무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공부와 책 읽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

 

Q. 스마트 기기 때문에 책 읽기에 집중이 잘 안 된다. 명사님만의 극복 노하우가 있다면?

나도 아직 극복 방법을 찾지 못했다. 트렌드의 끝을 달리는 직업을 하는 내가, 고전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모순될 수도 있다. 우리가 맨 마지막에 만들어내는 아웃풋은 최첨단일지라도, 그 생각의 시작은 조선시대의 것일 수도 있고, 중국 옛 나라의 일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Q. 마지막으로 특강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한마디?

A. 보통 대학 특강은 한두 번 해본 후 학생들이 집중하지 않는 것을 알고 그 이후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특강은 학생들이 특강을 듣고 싶다고 신청을 한 후 참여하는 것이더라. 참여율이 대단히 높고 학생들의 집중력도 좋았다. 여러모로 나에게도 의미있는 강연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