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랑, 6년이 흘렀다… 너는 분명 내 운명이었는데

우리는 알고 있다.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 사랑도 언젠가는 변한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 한다. 데렉 시엔프랜스 감독의 '블루 발렌타인'(31일 개봉·청소년 관람불가)은 '인간 종(種)'이 짊어진 이 외로운 운명을 다룬다.

의대생 신디(미셸 윌리엄스)는 어느 날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이삿짐센터 직원 딘(라이언 고슬링)을 만난다. 몇 번 얼굴을 보았을까? 딘에겐 신디가 운명 같고 신디에겐 딘이 새롭다. 사랑이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그 사랑 6년 세월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럴 때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로 반응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나?"라며 이유를 묻거나 깨진 사랑을 되붙여보려 애를 써본다. 하지만 이유를 캐는 것은 어렵고, 변해버린 마음을 되돌리기는 더 힘들다. 수많은 실연 남녀가 베갯머리 적셔가며 달콤한 과거와 쓰라린 현재를 왔다갔다하는 이유다.

의도야 다르겠지만 데렉 시엔프랜스 감독도 영화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을 몇 차례 사용한다. 하지만 왔다갔다해도 혼란스럽지 않다. 과거 장면은 수퍼 16㎜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기법을 사용했고, 현재 장면은 롱렌즈를 HD 카메라에 달아 멀리에서 배우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바뀌면 신디의 아랫배가 나오고 딘의 머리숱이 줄어들 정도로 과거와 현재의 선도 명확하다. 거리에서 뜨겁게 사랑하던 연인이 모텔에서도 서로를 향해 다가서지 못하는 부부가 되었을 땐 애잔한 마음마저 든다.

어떤 관객들에겐 목욕탕에 들어가 냉탕과 온탕을 수차례 왕복할 뿐 때를 밀지도 비누칠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이런 전개가 마뜩잖을 수 있다. 게다가 감독은 결말마저도 똑 부러지게 끝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4개 관에서 시작했지만 소문을 타고 개봉 3주차 전미 지역 230개 관으로 확대 상영됐다. 배우들은 과거 장면을 찍고 나서 한 달간 촬영을 중단하고 한집에서 지내며 결혼생활에 걸맞은 감정을 쌓았다고 한다. 몸으로 6년이라는 세월을 표현하려고 촬영 중에 몸무게를 8㎏ 정도 늘린 미셸 윌리엄스 등 배우들의 투혼도 돋보인다.

[이것이 포인트!]

#대사 "그녀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마음대로 안 돼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춰야 하는 것처럼…"

#장면 길거리 한복판에서 신디가 딘의 우클렐레 연주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장면.

#이런 분들 보세요 '난 아직도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