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클리닉] ⑮ 조기 상환 혜택 등 안전성 높인 ELS 눈길

최근 일부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이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ELS 경보음이 켜졌다. ELS란 기초자산(종목이나 지수)의 주가가 만기까지 일정 범위를 뛰어넘거나 머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투자금의 대부분을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 및 선물옵션에 넣는 구조인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50~60%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 손실을 보지 않게 돼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구간에 바짝 다가선 종목형 ELS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초중반 고점을 찍은 일부 기업은 말 그대로 반 토막 난 상황. 현재 주가가 만기까지 이어질 경우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ELS 투자 적기라는 조언을 내놓는 증권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주가가 많이 하락해 추가 급락 가능성이 낮아진데다 안전성을 높인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산만 잘 고른다면 연 10% 이상의 고수익이 가능할 것이란 게 추천의 근거다.

◇꼬리 자르고, 구명조끼 입고

지난달 발행된 ELS는 4조9686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3월(5조5917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16%에 그쳤던 원금보장형이 33%로 늘면서 안전성을 강화한 상품의 인기가 높아졌다. 증권사들도 원금 보장 외에도 다양한 안전장치를 만들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리저드(도마뱀) ELS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전체 투자기간의 절반이 될 때까지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도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구간에 닿지 않았다면 최고 수익의 절반을 지급하고 조기 상환한다. 보통 조기 상환 시점에 주가가 정해진 가격을 밑돌면 다음 상환 시점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후 주가가 손실구간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에 투자자들은 불안해한다. 리저드 ELS는 이 같은 우려를 없애주는 상품인 셈이다. 위험이 닥치면 꼬리를 자르는 도마뱀의 습성과 닮았다.

대신증권은 만기까지 절반이 지나도록 40% 이상 폭락하지 않으면 연 9.5%의 수익을 지급하는 ELS 상품을 출시했다. '얼리컷'이란 이름이 붙은 이 상품은 기존의 스텝다운형(특정 기간마다 평가해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구조)에 추가 조기상환 기회가 부여돼 있다. 김두환 대신증권 파생상품영업부장은 "추가 조기 상환이 가능한 상품은 주가 흐름이 부진할 때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증권의 한화스마트ELS 1400호는 조기 상환이 지연될 때마다 원금 손실 발생구간을 2%씩 낮춰주는 상품이다. 조기 상환이 미뤄져도 주가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에 '라이프재킷 ELS'라는 별칭이 붙었다. 현대증권은 기초자산의 주가가 35%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손실을 보지 않는 상품을 출시했다.

◇ELS 손실구간이어도 성급한 환매 안 돼

증권 전문가들은 ELS도 분산 투자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석군 교보증권 부장은 "ELS의 주요 기초자산이었던 LG화학이 지난 몇년간 급등해왔는데, 여기에만 몰빵했었다면 상당히 위험했던 투자"라며 "개인 투자자들도 향후 전망을 어느 정도 해놓고 ELS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종목형, 지수형 등 다양한 성격의 ELS를 기간을 달리해 가입하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 ELS에 투자했는데 손실구간에 진입한 경우일 지라도 섣불리 환매하는 것은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금 손실구간을 터치했다고 하더라도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향후 전망과 상환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