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절차 뺀 '다이렉트 금융상품'… 거품 대신 혜택이 듬뿍

재테크 시장에 거품을 걷어낸 실속형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드 모집인 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캐시백(현금환급)을 두둑이 해주는 카드상품이 출시되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예금에 가입하면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인기몰이 중이다. 영업점이나 모집인을 통하지 않고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절차가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절차는 줄이고 혜택은 그대로

최근 출시된 현대카드 DIRECT(다이렉트)는 가입에서 이용, 청구서를 받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생략한 상품이다. 보통 카드 가입은 카드 모집인이 고객을 방문해 안내물을 내놓고 설명을 한 후 신청서와 청구서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이 실은 고객 입장에서는 비용이 되는데 이를 과감히 모두 없앤 것이다. 카드 가입은 오로지 홈페이지(www.hyundaicard.com)와 가입전용 연락번호(1577-0100)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카드사가 고객에게 주는 혜택도 제한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한계도 없앴다. 전달 이용 실적과 적립한도·횟수 등의 조건 없이 카드 사용액의 1%(온라인은 1.5%)를 캐시백으로 적립해준다. 보통 카드사들의 결제대금 할인폭이 0.3~0.7%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적립한 캐시백 금액은 카드 이용대금을 차감하는 데에 쓸 수 있는데 이렇게 하려면 역시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 고객센터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카드 대금 청구서도 이메일로만 제공된다. 일반형과 경제형 두 가지 형태로 발급되는데 일반형의 경우 연회비가 2만원(국내 전용), 경제형은 1만원(국내 전용)이다. 경제형은 통신비 자동이체를 반드시 해야 하고 교통카드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신한카드는 자사의 전문쇼핑몰인 '올댓쇼핑' 내 포인트몰에 입점한 기업들과 직거래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팔고 있다. 직거래를 통해 줄인 비용 감소분을 고객에게 추가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으로 주고 있다. 비씨카드는 신용카드 영수증을 발급하며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 영수증 미출력(Paperless)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카드사의 매출표 관련 발급 비용이 2700억원인데 앞으로 3년간 줄인 금액을 환경기금으로 적립할 계획이다.

◇예금 금리는 쑥, 대출 이자는 쏙

은행들도 앞다퉈 다이렉트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정 성향의 예금자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킨 KDB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1조3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5%(인터넷·스마트폰 뱅킹 최초 가입 시)로 다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3%대 후반)보다 훨씬 높다. 다이렉트 상품이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가입해야 하며 창구에서 가입할 수 없고 실명확인 절차가 필요해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일부 지역 거주자들은 가입이 어렵다. 역시 홈페이지에서 가입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수시입출금 상품은 거래금액 등의 제한이 없는데 금리(연 3.5%)가 다른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 맞먹는다.

KB국민은행의 스마트폰 전용상품인 'KB 스마트폰 적금·예금'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다. 금융상품을 농장으로 형상화해 게임처럼 만든 이 상품은 1인당 100만원 이상 3000만원까지 가입 가능한데, 1년 정기 예금 금리가 최대 4.4%이다. 지난 2010년 첫 출시 이후 27만여 계좌가 만들어졌다.

거품을 뺀 대출 상품도 등장했다. 우리은행의 '아이터치론'은 금융권 최초 온라인 전세자금대출 상품이다. 23일 기준 대출 금리가 연 5.05%(6개월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로, 다른 시중은행 전세대출에 비해 0.2~0.5%포인트 정도 낮다. 임차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하고 3개월 이상의 소득증빙 자료 제출이 가능하면 대출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대출 실적이 200억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