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보러 LA에서 혼자 요트 타고 여수 왔어요"

"모국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LA에서 요트 타고 태평양을 건너 여수까지 왔지요."

24일 전남 여수 소호동 요트경기장 부두에서 만난 송광석(70)씨의 두 손은 거칠었다. 그는 작년 10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22t 요트 '바다아이'호로 태평양을 건너 6개월 만인 최근 제주를 거쳐 여수에 도착했다. 송씨는 "바닷물 묻은 손으로 밧줄을 잡다 보니 손이 심하게 텄다"고 했다. 이번 6개월 항해에선 자원한 외국 선원들의 도움을 일부 받았다.

그는 태평양을 건널 때 초속 25m가 넘는 돌풍을 두 번 만났다고 했다. 그래서 요트의 엔진 2개 중 1개가 파손됐고, 돛이 부러진 상태다. 수리에 2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비용은 1억원에 달한다. 송씨는 "수리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여수를 출발해 3년 동안 홀로 세계일주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일주는 적도선을 2번 지나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고 5대양을 반드시 거쳐야 인정받는다. 일정 중 대략 15％는 항해하고 나머지는 육지에서 배를 수리하거나 예산을 마련한다. 송씨는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 2~3개월 동안 여수에 머물 계획이다.

캐나다 국방부에서 30여년 연구원으로 일하다 3년 전 퇴직한 송씨는 퇴직금을 쏟아부어 요트를 구입했다. 세계박람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태평양 1만1000㎞를 달려 모국에 도착했다. 제주에선 경기고 58회(1962년 졸업) 50주년 졸업 행사에 참석해 세계 각지에 흩어진 동창생 400여명을 만났다.

친구들은 "왜 돈을 쓰며 고생하냐. 큰일 나면 어떡할래?"라며 세계일주를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들었다고 왜 포기하냐"며 "은퇴 이후에도 이렇게 마음껏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송씨가 세계일주 준비를 시작한 시점은 2008년. 아내(67)와 변호사 큰딸(41), 의사 아들(40)이 "바다는 위험하다"며 극구 말렸다. 그러나 송씨는 "꿈을 이루고 싶다"며 가족을 일일이 설득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캐나다 오타와에 정착해 캐나다 공무원이 된 송씨의 국적은 캐나다다. 고향은 경기도 용인. 송씨는 한국인 신분으로 세계일주를 떠나기 위해 2주 전 대한민국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

송씨는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이 시대 가장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며 "꼭 세계일주를 성공해 3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