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 간 두 남자 "즐기다 가겠다" "빈손 갈 순 없다"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감독]

내 영화 보고 뭐라고 할지 저는 관객 반응이 궁금해요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니까 저도 가끔 (수상 결과를) 의식하긴 하죠. 하지만 제가 궁금한 건 제 영화가 관객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겁니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24일 프랑스 칸에서 만난 홍상수(49) 감독의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31일 개봉)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느릿느릿한 말투로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홍 감독은 칸으로 오기 이틀 전(18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을 때도 7년 만에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소감에 대해 "칸 영화제에서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보고 듣고 하는 과정 자체가 기대된다"고 했다.

홍 감독의 경쟁부문 초청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에 이은 세 번째다. 그가 만든 13편의 영화 중 8편이 칸 영화제를 찾았다. 칸의 편애에 대해 그는 "(내 영화가 칸에 자주 초청되는) 이유는 모른다. 보는 사람들마다 내 영화를 다르게 받아들일 테니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고 했다.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해 화제가 된 이번 작품은 전북 부안 모항을 찾은 프랑스 여인을 둘러싼 한국인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준다. 홍 감독은 "원래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인데, 작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위페르가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 중 하나로 나를 꼽았다. 함께 점심 먹는 자리에서 '7월 촬영을 시작할 것이고, 시나리오는 아직 없다'고 했는데도 기꺼이 출연을 약속했다"고 했다. 영화는 모방과 반복처럼 보이는 에피소드 속에서 우연과 어긋남을 슬그머니 끼워놓는 솜씨는 여전한데, 유머가 더 늘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21일 칸에서 공식 상영으로 첫선을 보였다. 평가는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경우 평가단 10명 중 9명이 평점을 줬는데 2.1점(4점 만점)에 그쳤다.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그는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경쟁해야지'하는 마음으로 영화 만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일정이 거의 끝났으니 조용히 즐기다 가겠다"고 응수했다.

['돈의 맛' 임상수 감독]

경쟁작, 자국선 인기 없을 것… 中·日 영화계 놀랐을 거예요

"홍상수와 임상수, 한국의 똘똘하다는 중견 감독 둘이 왔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겠죠?"

24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기자들을 만난 임상수 감독은 한국의 두 감독이 나란히 공식 경쟁부문(총 22편)에 진출한 데 대해 "표현은 안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놀라고도 기분 나빴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영화제의 강국인데, 한국에서만 2편이 진출했다"라고 했다.

임 감독은 2010년 '하녀' 에 이어 '돈의 맛'(상영 중)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번째 초청을 받았다.

"'하녀'로 칸 영화제 공식 상영회를 가졌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죠. 한국에서는 (내 영화를 갖고) 이죽거리고 험담하려는 사람들투성이인데 여기서는 '고생했다'는 격려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한국 돌아온 다음에 '다음 작품 빨리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사실 지난해 칸 영화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완성했는데 투자를 받지 못했다. 전작(前作)이 칸에 다녀오고 관객도 230만명 들었는데도 말이다. 이번 영화가 재벌 얘기라서 투자가 안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 소유 투자배급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눈물' '바람난 가족' '그때 그사람들' 등의 작품들이 자극적 소재로 화제를 모았듯, 이번 영화에도 재벌가 안주인 백금옥(윤여정)과 비서 주영작(김강우)의 베드신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 17일 개봉한 '돈의 맛'은 23일 현재 7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칸에서는 25일 공식 상영회가 열린다. 임 감독은 "티에리 프레모(칸 영화제 집행위원장)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한국 관객의 인기까지 얻을 순 없다"며 "경쟁 부문에 초청된 22개 작품 대부분이 자국에서 인기를 얻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 중 제 영화보다 제작비가 덜 들어간 영화도 많을 거예요. 다른 영화들이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 해도, 오늘의 진정한 영화는 무엇이고, 앞으로 영화가 갈 길을 고민하는 작품들입니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더라도 저도 제가 만드는 게 지금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