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다툼의 종단 '성철'로 성찰하다

"큰스님(성철)은 해인총림 동안거에서 선사(禪師)로는 드물게 100일간 연속 법문을 하면서, 올바른 수행정진과 공부를 통해 종단의 어려움을 뚫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직접 실천으로 전달하셨지요.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근본으로,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바르게 공부하는 것이 길을 열어가려는 불자(佛子)의 올바른 자세"라고 했다. 성철 스님의 유지를 잇는 백련문화재단은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과 함께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古愚) 스님을 초청해 다음 달 11일부터 '백일법문' 강좌를 연다. 성철 스님이 남긴 100회의 법문을 해설하는 자리다.

◇"종단 혼란, 정법(正法) 공부가 출구"

'백일법문'이란 조계종 종정(宗正)을 지낸 성철(性徹·1912~1993) 스님이 1967년 해인사 초대 방장(方丈)에 취임한 뒤 동안거 기간 100일 동안 매일 설법한 법문이다. 그 해 해인사는 종단 내홍 속에 한국 현대불교 최초의 총림(叢林·선원·율원·강원을 모두 갖춘 사찰)으로 지정된 참이었다. 원택 스님은 스승 성철 스님이 백일법문을 했던 당시의 종단 상황도 설명했다. "1962년 조계종이 비구와 대처승의 합의에 의해 통합 종단으로 출범했지만, 치열한 종권(宗權) 다툼이 이어졌어요. 다툼 끝에 총무원장과 종정(宗正)이 공동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였으니…." 그런 상황에서 성철 스님은 세력 다툼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출가자의 본본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성철 스님 입적 때까지 20년간 시봉한 상좌인 원택 스님은 녹음으로만 남아 있던 스승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일일이 표준어로 옮겨 적어 책으로 펴냈다. 그렇게 탄생한 백일법문은 지금도 불자들이 불교의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도록 돕는 가장 뛰어난 불교 교리서로 평가받는다.

◇"백일법문 들으면 초발심으로 돌아가"

함께 강좌를 주관하는 불교인재원의 엄상호(72) 이사장도 성철 스님과의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 2007년 불교인재원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올해 초 열린 것까지 총 5차례 백일법문 강좌를 주관했다. 강좌가 열릴 때면 서울 견지동 조계종 신도회관 지하 강의실은 100명 가까운 신도들의 공부 열기로 뜨겁다. 엄 이사장은 "백일법문은 불교의 본질과 인도의 원시불교 및 중관(中觀)·유식(唯識)은 물론, 선종(禪宗) 사상, 조사(祖師) 어록 등 불교 2500년 사상사를 중도(中道) 사상으로 꿰뚫은 책"이라며 "강좌를 들을 때마다 처음 불자가 됐을 때의 초발심(初發心)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이 새로워진다"고 했다. 엄 이사장은 "성철 스님과의 인연으로 27년째 매일 333배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1983년 중앙신도회 부회장이 되면서 당시 종정이셨던 성철 스님께 인사드리러 갔다가 처음 3000배를 했어요. 스님은 '날 만나려거든 누구든 3000배를 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때 이후 29년간, 지방이나 해외에 출장을 가도, 독감으로 열이 40도까지 올라도 단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지요. 큰스님이 제게 주신 제일 큰 선물입니다."

강좌를 맡은 고우 스님은 종단 안팎에서 널리 존경받는 대표적 선지식(善知識). 다음 달 11일 오후 7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강해, 매월 둘째·넷째 주 월요일에 총 10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1661-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