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의 심봉사가 눈을 다시 떴을 때 아마도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죠.”
▲김용회 씨와 애마의 ‘횡보(옆으로 걷기)’ 묘기.
“승용차에 받쳐 4m 높이로 치솟은 채 15m 앞으로 튕겨나갔습니다. 그러니 몸뚱이가 어떻게 됐겠습니까?”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베르아델승마클럽에서 만난 김용회(54·사업) 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온 세상이 깜깜해진다면서 잠시 말을 끊었다. “온몸이 다 으스러졌습니다. 머리를 다치지 않은 게 천행이었죠. 몸이 공중에 뜬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정신을 잃었죠. 다시 눈을 떴을 땐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8개월을 꼬박 중환자실과 일반병상을 오가며 누워 있었죠.” 김 씨의 말은 시종 거짓처럼 들렸다. 그는 어디를 보나 무척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봉사 눈 뜨게 한 스포츠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건강해졌느냐고 묻자 그는 모두 승마 덕분이라고 말했다. 퇴원한 다음 날부터 5년간 허리에서 복숭아뼈까지 이르는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다녔고, 이후로도 10년간 목발을 짚어야 움직일 수 있었던 그는 장애의 정도를 조금이라도 덜고자 용하다는 의사와 한의사는 물론 무속인까지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의 장애를 고치는 일은 모두 힘에 부쳐 보였다.
그는 그즈음 한 유명한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장애의 정도를 줄이는 건 가능해도 완전한 정상인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듣게 된다. 절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고 실제로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몸을 던지기 직전, 한 어르신의 저지로 미수(?)에 그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외국잡지에서 승마가 재활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보고 다짜고짜 말잔등에 올랐다. 승마를 시작한 후 차츰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고, 그후 3년간 시간만 나면 말잔등에 올랐다. 그 결과, 복숭아뼈가 50조각으로 갈라져 힘이 전혀 실리지 않던 왼쪽 무릎에 힘이 전달되기 시작, 급기야 지난 2009년에는 목발 없이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김용회 씨가 운동을 끝낸 후 애마에게 각설탕을 먹이며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그는 이때의 느낌을 묻자 굵은 눈물을 떨구며 울먹였다. “그날의 감격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심청전》의 심봉사가 눈을 다시 떴을 때 아마도 그런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이 세상에서 못 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발바닥 끝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더군요.”
그의 감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뛸 수도 있을 만큼 왼쪽 무릎의 장애를 완전히 씻어냈기 때문이다. 그가 둘째 자녀의 생일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중환자실에 실려간 게 지난 1992년 2월의 일이었으니 무려 20년 만의 기적(?)이다. 그는 이 경험을 근거로 승마를 지상 최고의 스포츠라고 찬양한다. 장애인을 정상인으로 만들 수 있는 운동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기까지 한다.
오장육부 구석구석 자극
그렇다면 승마가 그의 장애 극복에 어떤 도움을 준 걸까? 그는 “늘 승용차만 타고 다녀서 퇴화될 수밖에 없었던 근육 구석구석을 승마를 통해 단련시킨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쏟아낼 때 기마자세를 취하는데, 그 자세를 유지하며 말잔등에 올라 보통 시속 30㎞(최고시속 70㎞)로 뛰는 게 승마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덧붙여 “승마를 통해 얻는 전신운동효과는 지상에서 뛰거나 걸으면서 얻는 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승마를 시작하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게 있습니다. 이제껏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던 신체부위가 땅기고 뻐근해지죠. 그것이 바로 승마의 전신운동효과를 증명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승마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회춘한 사례는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베르아델승마클럽 김영숙 이사는 “우리 회원 중에 50대에 싱글이 된 후, 60세에 승마를 시작해 4년 후인 64세에 회춘하셔서 재혼하신 분이 있어요. 요즘은 비아그라의 도움 없이도 부부 생활을 왕성하게 하신대요”라고 전한다. 김 이사는 이어 “47세에 출산한 한 산모도 그 작은 기적(?)을 승마 덕분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전립선비대증으로 늘 기저귀를 착용하고 다니던 50대의 한 중년도 승마를 시작하고 건강이 좋아져 요즘은 기저귀 착용은 물론 복용하던 약도 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회 씨는 이 세상에서 말을 가장 존경한다. 자신에게 건강한 육신을 되찾아줬기 때문이다. 그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승마클럽에 들러서 하루에 보통 2시간씩 말을 바꿔 타며 땀을 흠뻑 흘리고 돌아간다. 그러면서 말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경기도체육대회 승마경기에 선수로 출전하는 것이다. 올림픽종목인 마장마술을 익히고 있다는 그는 속보, 발바꿔걷기, 옆으로 가기 등 3가지 자세는 완벽하게 해낸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