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 갚는 기업들, 주가도 쓴맛

지난 25일 선박용 구조물과 해양 플랜트 등을 제조하는 오리엔탈정공의 주가는 11.4%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가는 장중 한때 551원까지 하락하며 최근 1년간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가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자기자본의 301.9%와 33.9%에 달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도체 재료 관련 회사인 아큐텍도 이달 8일 자기자본의 267.7%에 육박하는 대출금과 이자를 연체했다는 소식을 전하고서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25일 종가 기준으로 5월 한 달간 아큐텍의 주가 하락률은 59.7%에 달한다. 아큐텍이 대출금과 이자의 분할 상환에 대해 금융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회사를 외면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연체된 돈은 나중에라도 갚으면 되지만 정작 문제는 원리금 미지급 발생 사실을 알린 기업 중 상당수가 거듭되는 악재에 시달린다는 데 있다.

지난해 돈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고 밝힌 코스닥 기업 8곳 중에서 미성포리테크와 엘앤피아너스, 케이에스리소스, 나이스메탈, 대국 등 5곳이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나머지 3곳 중에서 엔스퍼트는 올해 3월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으로 부적정을 받은 데다 자본 전액 잠식 사실이 밝혀지며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디에이치패션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사 결과 2008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회계 처리를 위반한 사실이 들통나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케이디씨는 올해 4월 투자 주의 환기 종목으로 지정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체 경험이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회사의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원리금 지급 실패 사실을 일단 악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증권 상장사인 고려개발과 현대시멘트는 일부 채권의 주인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사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음에도 원리금 해당 사실이 전해진 시점을 전후로 일주일간 주가가 각각 12.2%와 16.5%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