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주 위주 압축형 펀드, 조정장에 수익률 급락

작년에 크게 히트했던 우량주 중심의 압축형 펀드가 조정장에서 성적이 지지부진하다. 보통 펀드가 50개에서 60개 종목에 투자를 하는 것과 달리, 압축형 펀드는 20개에서 30개의 우량주와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를 한다.

압축형 펀드는 보통 주식시장 상승기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었지만 펀드에 편입된 종목이 적은 만큼 주식시장이 불확실할수록 펀드의 위험도 커졌고, 이번 조정장에서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압축형 펀드 수익률 저조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25일 기준) 압축형 펀드는 평균 2.68%의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0.66%)와 해외주식형 펀드(0.47%)보다 부진한 성적이다.

개별 펀드 중에는 동양자산운용의 '동양프리스타일증권투자신탁1(주식)'의 수익률이 -9.86%를 기록하며 가장 부진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이 17.44%로 가장 높고 한미약품이 6.71%, 동아제약이 6.5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동아제약 등 제약업종의 주가는 연초 이후 약값 인하로 모두 20%가량 하락했다.

이 외에도 '우리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C 1'은 -9.19%, '알리안츠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C/C 5)'은 -7.46%, '유진G-BEST증권투자신탁(주식)CLASS C'는 -7.05%의 수익률을 기록,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불확실성 커진 주식시장, 대형주 주가 내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압축형 펀드는 분산투자 효과가 작아 주식시장의 불안이 커지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편입된 종목의 수가 적으면 한 종목의 등락이 펀드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특히 5월에는 유로존의 경기 우려가 되살아나며 대형주 중심으로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압축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압축형 펀드들의 편입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의 주가가 5월 한 달 동안 11.87% 하락하는 바람에 압축형 펀드는 8.48%의 손실을 냈다. 편입비중이 큰 종목이 하락했을 때, 하락폭을 상쇄할 수 있는 여력이 다른 펀드에 비해 적은 성격 탓이다.

또한 펀드를 운용하는 전략이 종목보다는 업종에 치우쳐 있는 것도 압축형 펀드의 위험이 높아지는 요인이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과거 압축형 펀드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위주의 업종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며 "여러 업종의 주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업종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써, 투자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펀드 내에 한 업종의 비중이 커지면, 펀드의 수익률이 업황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국내 압축형 펀드의 모델인 해외 코어(core)펀드의 경우 업종별로 고르게 대표주식을 선택해 분산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펀드매니저 역량 따라가는 수익률… 개별 펀드 잘 살펴야

다수의 전문가는 압축형 펀드는 위험이 큰 만큼 주식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후 상승장을 대비해 압축형 펀드에 가입할 때는 개별 펀드의 과거 종목 선택과 수익률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압축형 펀드는 종목 선택이 중요한 만큼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다른 펀드에 비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상승장이라고 해서 압축형 펀드 수익률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라며 "한 종목의 주가가 펀드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개별 펀드의 운용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