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한강~낙동강 자전거길 첫 도보 종주한 60대

소년의 고향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낮에도 햇볕이 노루 꼬리만큼 비치다 사라지는 강원도 강릉의 한 두메산골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자전거로 통학했던 마지막 1년을 제외하면 5년 내내 시내에 있는 학교까지 왕복 24㎞ 거리를 걸어 다녔다.

40여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 올해 만으로 65세가 된 이응석<사진>씨는 최근 21일 동안 한강~낙동강 자전거길 도보 여행을 마쳤다. 팔당댐에서 출발해 낙동강 구미보까지 약 670㎞를 걷는 동안 허리의 만보계는 91만보를 기록했다. 4대강 각 보(洑)마다 설치된 인증센터에 따르면, 이씨는 국내 최초로 자전거길을 '걸어서' 이동한 사람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잖습니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실상이 어떤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지요."

찜질방에서 자며 매일 30여㎞를 걸었다. 자전거길 인근엔 식당이 없어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은 하루 일정을 마친 뒤 제일 가까운 찜질방 근처 식당에서, 아침은 찜질방에서 사 온 김밥과 간식으로 해결했다. 이 '검소한' 20여일간의 여행에 들어간 돈은 총 43만원.

때 이른 무더위 탓에 고생하고, 강한 햇볕에 얼굴이 새까맣게 탔지만 그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자전거 도로를 밟으며 아름다움에 감탄했고, 해마다 장마 때만 되면 침수됐다는 경북 성주 농가에선 4대강 사업으로 넓어진 농토에 참외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펼쳐진 모습을 보고 다시 감탄했지요."

자전거가 접근하지 못하는 가파른 길을 걸어 도착한 강정 고령보 전망대에서 푸르른 낙동강과 수면에 비쳐 어른거리는 일몰을 접했을 때의 벅찬 감동, 길에서 우연히 스치고 지나간 자전거 여행객 아주머니가 도로 한쪽에 "힘드실 때 드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놓아둔 캔음료를 손에 쥐었을 때 가슴에 퍼지던 따뜻함을 이씨는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거라 했다.

1995년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하기 전에도 그는 휴일마다 여행 배낭을 꾸렸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합치면 1년에 노는 날이 평균 60여일이니, 매년 60여 차례 산으로 들로 여행을 떠난 셈이다.

이씨는 앞으로도 도전할 게 많다고 했다. 곧 금강·영산강 자전거길 도보 여행을 마치고, 국내 508개 유인도(有人島) 중 아직 못 가 본 200여개 섬으로 떠날 예정이다. 여행 다니면서 틈틈이 자연과 여행 감상을 기록한 노트와 녹음 파일들을 정리해 책도 내려 한다. 여행·교육 이야기 등 이미 5권의 책을 냈지만, 글을 쓰다 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작문을 배워야겠다 싶어 올해 방송통신대 국문과에도 입학했다.

"전 아직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외국으로 가기 전 내 나라부터 철저히 알아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거든요.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부지런히 국토 순례를 계속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