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잡는 LED 가로등… 범죄율까지 확 잡는다

지난달 19일 밤 프랑스 남동부 리옹에 있는 필립스 야외조명연구소. 길이 100m가 넘는 도로 양쪽에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도로 한가운데 자동차가 등장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도로 양쪽에 설치된 가로등에서는 각각 다른 색깔의 조명이 켜졌고, 도로 곳곳에 자리 잡은 장애물과 사람 모양의 인형이 색상에 따라 뚜렷하게 보이거나 희미하게 보였다. 그때마다 도로 앞에 있는 모니터에 숫자와 그래프가 나타났다. 가로등의 위치도 도로변에서 도로 중앙까지 자유자재로 조절됐다. 연구원들은 도로를 비추는 조명의 색을 바꿔가면서 밤새도록 연구를 계속했다.

데미안 롤랑(Rolland) 필립스 야외조명연구소 매니저는 "자동차의 움직임에 따라 조명의 에너지 소비량과 색상에 따른 빛의 분산 정도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안전한 운전이 가능한 고속도로 조명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LED 조명으로 에너지·환경 보호

밤거리와 실내를 밝혀주는 조명에 녹색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백열등·형광등의 시대가 가고 오래 쓰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각광받고 있다.

LED 조명은 20년 이상 쓸 수 있는 데다 에너지가 열로 손실되는 비중이 적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여준다. 백열전구가 소비 전력의 5%만 빛을 내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95%는 열로 사라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럽의 지속가능한 혁신기술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LED 조명을 사용하면 다른 조명을 쓸 때보다 전기료를 최대 40% 낮출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암스테르담과 레이든을 잇는 자동차전용도로 약 8㎞ 구간에 LED 조명을 설치했다. 그 결과 연간 18만㎾h의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중국 옌타이(煙臺)시도 주택과 관공서가 모여있는 거리 조명을 LED로 바꿔 에너지 소비를 45% 줄였다.

국내에서도 최근 LED 조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현재 5~6% 수준인 LED 조명 보급률을 2020년까지 60%로 끌어올린다는 'LED 조명 2060 계획'을 시행 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LED 조명 보급률이 60%까지 높아지면 50만㎾급 화력발전소 7~8개를 대체하는 에너지절감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유해 물질이 없는 것도 LED 조명의 장점이다. 형광등은 수은을 이용해 빛을 생성하기 때문에 형광등 한 개에 25㎎의 수은이 들어간다. LED 조명은 수은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조명 바꿔 범죄율 낮춘다

LED 조명의 또 다른 장점은 범죄 예방 효과다. 현재 골목 가로등에 주로 쓰이는 나트륨 조명은 황색광이기 때문에 한밤중에는 어둡고 사물 인식도 쉽지 않다. 반면 LED 조명은 백색광이기 때문에 나트륨 조명보다 더 밝고 사물을 쉽게 분간할 수 있다. LED 조명은 나트륨 조명보다 30% 적은 광량(光量)으로 같은 밝기의 빛을 낼 수 있다. 밝은 빛 덕분에 LED 조명을 설치한 곳은 CCTV의 화질도 더욱 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호 솔라앤에너지 상무는 "LED 조명은 다른 조명보다 직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덜 생긴다"며 "에너지 소비가 적은 LED를 사용한 가로등은 전기 요금에 대한 부담 없이 오래 켤 수 있는 점도 범죄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LED 조명을 활용해 실제로 범죄율을 낮춘 도시가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는 100만명이 사는 대도시였지만, 높은 살인 범죄율과 마약 문제 등으로 한때 인구가 60만명까지 줄었다. 글래스고 시의회는 2000년 도시의 대표적인 환락가였던 뷰캐넌 거리의 가로등을 LED 조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LED 조명이 설치되자 범죄율은 30% 감소했다.

우리나라 광주광역시도 에너지 절약과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한 지 15년 이상 지난 오래된 가로등 1358개를 LED 가로등으로 교체하는 중이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LED 가로등이 기존 나트륨 가로등보다 적은 전력으로 훨씬 밝은 빛을 낼 수 있다"며 "공단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학교 주변의 범죄 예방을 위해 LED 가로등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