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최대 5000명 100% 예약제… 모두가 편한 광릉국립수목원

29일 오후 평일이지만 경기도 포천의 광릉국립수목원에 전국에서 온 2600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숲해설가들의 설명과 함께 1100㏊ 부지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희귀식물들을 보며 곳곳에서 감탄사와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1999년 5월 개원한 산림청 산하 광릉국립수목원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온 생태숲인 광릉숲이 전신이다.

개원 14년째 맞은 국립수목원은 개원과 동시에 100％ 사전 예약제를 도입한 곳이다. 평일 5000명, 주말 3000명으로 관람객 숫자를 한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랜 시간 줄 서기 없는 모범적인 예약제 공원 관리의 본보기로 불린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정용 국립수목원 과장은 "10년 전엔 예약 관람객에 한해서만 수목원에 입장하게 한다는 것이 상당한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개원 당시 국립수목원의 전신인 광릉숲이 밀려드는 인파로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주말마다 1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수목원을 찾으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이 방문하면 숲과 주변 도시가 모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예약제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도입 초기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1999년 처음 전화와 팩스로만 예약을 받자 사무실은 하루 1000여 통에 달하는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전화가 계속 불통이다"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예약 없이 방문해 입구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2007년 아예 예약뿐만 아니라 인터넷 예매 시스템이 도입됐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지정한 날짜에 입장권(일반기준 1000원)을 미리 결제하게 했고, 예약과 동시에 날짜별 예약 가능 인원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체계를 갖춰나갔다. 다만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일부 성인들과 노인들에 한해서는 전화 예약이란 방법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당일 예매 없이 수목원을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관람객들도 있었지만, 전담 인력을 배치해 배경에 대해 설득했다. 지금도 그런 사람이 있지만 더 많은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원칙은 지키고 있다. 국립수목원에서 예약 관람객을 관리하고 있는 문성자씨는 "수목원에 입장시켜 달라며 떼를 쓰거나 언성을 높이는 고객이 많지만 한번 확립한 제도는 끝까지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목원 홈페이지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주말 예약이 꽉 차 있다. 이 과장은 "처음에 전화 예약으로 혼선을 겪었지만 인터넷으로 예약 문화를 전향하는 등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질서 있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