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해의 참다랑어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을 몸에 소량 축적해 태평양을 넘어 미국 서부 해역까지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과 스토니 브룩 대학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다섯 달 뒤인 지난해 8월 샌디에이고 부근 해역에서 포획한 참다랑어 15마리를 조사한 결과, 체내 함유 세슘-134와 세슘-137 수치가 앞선 해보다 10배가량 높게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참다랑어에서 검출된 세슘 수치는 미국·일본 정부의 식품 안전 기준에 훨씬 못 미치고, 먹더라도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방사성물질이 길이 3m, 무게 454㎏ 이상인 참다랑어 몸속에서 해류보다 빠른 속도로 6000마일(약 9656㎞)을 건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28일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니컬러스 피셔 연구원은 "참다랑어처럼 크고 빠른 물고기가 물질대사를 통해 방사성물질을 완전히 배출하지 못한 채 태평양을 횡단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참다랑어가 일본 근해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으로 오염된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 태평양 동부 해역에서 잡은 황다랑어와 후쿠시마 사고 전에 캘리포니아 남부로 이동해 온 참다랑어를 분석했다. 이들에게선 세슘-134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1960년대 이후 두 차례 실시된 핵무기 시험의 잔류물인 세슘-137이 극소량 검출됐다. 이를 종합해 후쿠시마 원전이 방사성물질의 출처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학자들은 참다랑어가 오염된 해역을 지나면서 오염된 크릴 새우나 오징어 등을 잡아먹어 세슘을 흡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AP가 전했다.
참다랑어는 따뜻한 물에서 지내는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일본 근해에서 산란하며 성장과 함께 동쪽으로 이동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주 근해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