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서 홀로 촬영, 무서워서 죽는 줄"

"직업군인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 11m 막타워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어요. 집에 딸만 셋인데 둘째딸인 제가 아들 노릇을 한 거죠."

박보영(22)은 과감했다. 코미디물 '과속스캔들'로 820만 관객을 불러모아 충무로의 불루칩으로 떠올랐던 그가 4년 만의 복귀작으로 택한 게 공포물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 금지(30일 개봉·15세이상 관람가)'이다. 저주에 걸린 동영상을 본 한 자매가 옥죄어 오는 악령과 싸운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 박보영은 언니 세희 역을 맡았다. 장르 면에서 '180도 방향 전환'일 뿐 아니라 공포영화는 팬층이 한정적이어서 흥행 여부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보영을 만나 궁금증을 물어봤다.

―왜 이번 작품을 골랐나.

"인터넷 악성 댓글(악플)의 폭력성에 대한 영화다. 연예인뿐 아니라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인터넷에서 악플로 피해를 보지 않나. 크게 공감하며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에 '공포'라는 장르가 눈에 들어왔다."

―악성 댓글로 피해를 본 적이 있나.

"영화가 잘 되고 과분한 사랑을 받던 중, 안 좋은 일(소속사 분쟁으로 인한 법정공방)을 겪었다. 그때 악플이 쏟아졌다. 칭찬만 듣다가 하루아침에 험한 말을 들으니 충격이 세더라."

―어떤 말이 가장 싫었나.

"성격이나 연기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일 텐데 '그냥 박보영이 주는 거 없이 싫다'는 게 제일 힘들었다. 어떻게 만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4년 만의 선택이 공포물이다.

"공포영화는 혼자 연기하고 나중에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상대배우의 리액션이 없어 감정 수위를 조절하는 게 어렵다. 촬영하고 CG 넣고 보면 내 감정이 과하거나 적은 경우가 많았다. 또 폐가에 스탭 없이 혼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신에서는 무서워서 빨리 끝나기만 바랐다."

―아들 찾아 헤매던 '마스카라 눈물신'(과속스캔들)에 이어, 이번에도 눈물 연기가 일품이던데 비결이 있나.

"우는 연기는 될 수 있으면 연습을 안 하는 게 비결이다. 연습을 많이 하면 그 상황이 익숙해져서 촬영 때는 감정이 제대로 안 나온다. 어쩌면 내 연기보다 감독들의 배려가 더 큰 비결이었다. '과속스캔들' 때는 눈물신 촬영 날 감정이 흩어질까 봐 하루 종일 혼자 있게 했고, 이번 촬영 때는 감정이 끊기지 말라고 오열하는 장면을 긴 호흡으로 찍어줬다."

―연기는 어떻게 훈련하나.

"현장에서 배우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빠른 거 같다. 촬영장에선 카메라 동선, 다른 배우와의 호흡 등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보니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

―고2 때 연기를 시작해, 이민호(달려라 고등어)·김수현(정글피쉬) 등 많은 스타들과 함께 연기했다.

"당시 우리 모두 신인이라서 으싸으싸 하며 촬영했다. 고민도 나누며 편하게 지냈다. 지금은 팬들을 신경 쓰느라 그러지 못한다. 뭐 그래도 요즘 대세라는 (김)수현 오빠와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여한은 없다. 하하하."

―연기하느라 대학생활을 충분히 못 누렸겠다.

"1학년 2학기 무렵 과속스캔들을 찍기 전까지는 대학생활을 많이 즐길 수 있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가고 선배들한테 벌도 받고. 공연 끝나고 술도 마셨다."

―그 작은 체구로 술까지….

"고등학교 때는 사복 입고 버스 타면 '초등학생 아니냐'며 거스름돈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박보영 나이 많이 먹었네'라는 분들이 더 많다. 예전에는 어리게 보는 게 싫었는데, 지금은 '저 아직 어려요'라고 말하고 다닌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렇다."

―뭘 해보고 싶은가.

"코미디, 멜로, 액션…. 하나의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싶다."

며칠째 이어진 영화 홍보활동으로 박보영의 목에선 쇳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는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무엇이든 시작한 이상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