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내리자 인덱스 펀드에 돈 몰려

연초 이후 4월말까지 5조7000억원가량이 순유출됐던 국내 주식형 펀드로 5월 이후 다시 돈이 들어오고 있다. 5월 코스피지수가 1780선까지 하락하며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돈 들어오는 인덱스 펀드

금융투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5월 이후(25일 기준)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로 9535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인덱스 펀드에 가장 많은 돈이 몰렸다. 자금이 총 4148억7500만원 유입됐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특정 지수를 따르는 인덱스 주식 기타 펀드에도 1306억원이 들어왔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개별 펀드는 총 1239억700만원이 유입된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투자신탁 1'이다. 이외에도 KB자산운용의 'KB스타코리아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운용)'으로 496억9000만원,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인덱스프리미엄증권투자회사(주식-파생형)'로 213억6900만원, 우리자산운용의 '우리프런티어뉴인덱스플러스α증권투자신탁F-1[주식-파생형]'으로 191억800만원이 유입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인덱스 펀드는 수수료가 보통 1%에서 1.5% 정도로 싸 불경기에 투자자가 많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 적극적으로 운용을 하던 주식형 펀드들이 오히려 큰 손해를 보면서 신뢰를 잃은 것도 인덱스 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제대로 할지 아니면 손해를 볼지 알 수 없는 펀드 매니저를 믿느니 차라리 주가지수가 오르는 만큼은 확실히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 떨어질수록 유입 규모 커

전문가들은 4월 중순 이후 코스피지수가 하락하자 국내 주식형 펀드로 6주째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1900 이하에서 움직일 경우 순유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지내고 난 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 자금이 빠져나가고,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자금이 유입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돈을 벌었을 때 찾아 두어야 수익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에 머물렀을 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5000억원가량 자금이 순유출됐다. 반면 코스피지수가 1900 아래로 떨어진 날의 순유입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환매가 줄고 오히려 유입액이 많아진다"며 "손해 보고 팔 수 없다는 투자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8월 유럽 재정 위기로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내렸을 때는 유입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며 "지금은 그때만큼 코스피지수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유입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했다.

◇인덱스 펀드로 몰리는 돈, 결국엔 주식시장에 돌아온다

인덱스 펀드는 특정 지수를 따르는 펀드인 만큼 펀드에 몰린 돈은 다시 지수에 편입돼 있는 종목의 매매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인덱스 펀드에 유입된 돈은 코스피200에 포함돼 있는 종목을 사고파는 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코스피200지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우량주를 기준으로 한 펀드인 만큼 앞으로도 대형주를 위주로 주식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연구원은 "펀드에 들어온 돈만큼 지수에 편입돼 있는 종목의 비중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매매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