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에 발목… 부동산 활성화 대책 미흡"
입력 : 2012.05.31 03:08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인터뷰]
부동산 연착륙 못하면 장기불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없애 집 추가로 살 수 있게 해야
펀드 등 금융상품 몰아주기 등 대기업 금융계열사 부당지원 검사·제재 강화해 나갈 것
"솔직히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부동산 거래가 끊긴 상태에서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가격 격차가 커지면 (부동산 폭락 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필요한데 국민 정서에 발목이 잡혀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부실 저축은행 퇴출이라는 큰 숙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금융감독 수장의 다음 고민거리는 뭘까? 의외로 금융이 아닌 부동산 문제였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56)은 29일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선제적 대응', '연착륙'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부실 저축은행 퇴출이라는 큰 숙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금융감독 수장의 다음 고민거리는 뭘까? 의외로 금융이 아닌 부동산 문제였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56)은 29일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선제적 대응', '연착륙'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부동산 문제를 왜 그리 걱정하나.
"부동산 연착륙에 실패하면 일본의 장기 불황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우려도 있다. 거래가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해야 연착륙이 되는데 지금은 거래 자체가 끊겼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살고 있는 집 말고 추가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이 부동산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쉽게 말하면 집이 두 채, 세 채 있는 사람들이 더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관련 규제를 현재보다 더 완화하더라도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본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좀 더 과감하게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DTI(총부채상환비율·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제도) 규제 완화도 검토할 수 있나.
"그건 쉽지 않다. 가계 부채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DTI 규제 완화는 금융 당국 소관이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조치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부동산 연착륙에 실패하면 일본의 장기 불황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우려도 있다. 거래가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해야 연착륙이 되는데 지금은 거래 자체가 끊겼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살고 있는 집 말고 추가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이 부동산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쉽게 말하면 집이 두 채, 세 채 있는 사람들이 더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관련 규제를 현재보다 더 완화하더라도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본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좀 더 과감하게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DTI(총부채상환비율·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제도) 규제 완화도 검토할 수 있나.
"그건 쉽지 않다. 가계 부채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DTI 규제 완화는 금융 당국 소관이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조치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중견 기업들의 자금 악화설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도 은행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소비 둔화로 내수 기업들은 대부분 상황이 어렵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기업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어 '착시(錯視)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조선·해운업의 경우 내수와 큰 관련이 없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경기가 좋지 않다."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 부당 지원은 문제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행동해야 한다. 펀드 등 금융상품 몰아주기, 우회적 자금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 관행은 좌시하지 않겠다. 대주주를 포함한 계열사와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강화해 나가겠다."
―건설업의 경우 금융 당국이 구조조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건설업은 상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6월 중에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건설사들의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건설사들이 채권단의 비협조로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그런 일을 줄여나가도록 금융 당국으로서 조정 역할을 하려고 한다."
―요즘 자영업자 문제를 자주 거론하는데 왜 그런가.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자영업 창업을 하지만, 매년 80만명이 넘게 폐업한다. 자영업 창업 실패가 가계 부채 급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나면 3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실업이 늘고, 복지 예산 등 국가 재정 수요가 늘고, 대출 연체로 금융권의 부담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을 하는 것이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백화점·대형 마트를 제외한 일반 가게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지난 6일 4개 저축은행을 추가로 영업정지했다.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은 건전하다고 할 수 있나.
"앞으로 추가적인 퇴출이 없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대주주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상시 구조조정(퇴출) 시스템을 가동할 생각이다. 과거 정부가 '은행'이라는 이름을 쓰도록 허용하고, 대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저축은행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다. 저축은행이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요즘 업무 외에 신경 쓰이는 일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딸(28)이 연예계에 진출하겠다고 해서 말렸더니 지금은 창업을 해보겠다고 나선다.(웃음)"
"소비 둔화로 내수 기업들은 대부분 상황이 어렵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기업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어 '착시(錯視)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조선·해운업의 경우 내수와 큰 관련이 없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경기가 좋지 않다."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 부당 지원은 문제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행동해야 한다. 펀드 등 금융상품 몰아주기, 우회적 자금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 관행은 좌시하지 않겠다. 대주주를 포함한 계열사와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강화해 나가겠다."
―건설업의 경우 금융 당국이 구조조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건설업은 상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6월 중에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건설사들의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건설사들이 채권단의 비협조로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그런 일을 줄여나가도록 금융 당국으로서 조정 역할을 하려고 한다."
―요즘 자영업자 문제를 자주 거론하는데 왜 그런가.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자영업 창업을 하지만, 매년 80만명이 넘게 폐업한다. 자영업 창업 실패가 가계 부채 급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나면 3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실업이 늘고, 복지 예산 등 국가 재정 수요가 늘고, 대출 연체로 금융권의 부담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을 하는 것이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백화점·대형 마트를 제외한 일반 가게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지난 6일 4개 저축은행을 추가로 영업정지했다.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은 건전하다고 할 수 있나.
"앞으로 추가적인 퇴출이 없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대주주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상시 구조조정(퇴출) 시스템을 가동할 생각이다. 과거 정부가 '은행'이라는 이름을 쓰도록 허용하고, 대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저축은행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다. 저축은행이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요즘 업무 외에 신경 쓰이는 일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딸(28)이 연예계에 진출하겠다고 해서 말렸더니 지금은 창업을 해보겠다고 나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