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원금손실 직전… 믿었던 ELS(주가연계증권)에 발등 찍히나

올 초 중(中)위험 중(中)수익 투자의 대표상품으로 떠올라 불티나게 팔렸던 ELS(주가연계증권)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부 종목형 ELS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금손실(녹인·knock in) 한계선이 -40%로 설정된 종목형 ELS의 경우, 기준이 되는 주식 종목(기초자산)의 주가가 가입 당시의 60% 이상 수준을 만기까지 유지하면 고수익을 보장하지만, 이 한계선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원금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주가 급락으로 원금손실 한계선을 넘어섰거나, 한계선에 임박한 ELS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 위험

ELS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심하게 하락하지만 않으면 일정한 수익을 주기 때문에 최근 인기가 급등, 최근 매달 5조원 넘게 팔리고 있다.

지난 2년 4개월간 원금 보장이 안 되는 ELS는 55조원이 팔렸는데, 이 중 34%인 19조원이 종목형 ELS였다. 이 가운데 18조4000억원이 상환되지 않고 남아 있다. 종목형은 만기 시 기대수익률이 연 30% 안팎으로 연 10% 정도인 지수형에 비해 매우 높지만, 주가 변동성이 높아 투자 위험 역시 크다.

현대증권 공원배 연구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최근 원금손실 위험이 커진 ELS의 종목들은 KB금융지주·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GS·대우조선해양·SK이노베이션·호남석유·현대중공업·대한항공 등이다. 대부분 원금손실 한계선 직전에 놓여 있거나 5% 정도 더 하락하면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간다. 특히 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GS 등 3개 종목은 남아있는 발행물량이 많아 주가가 더 하락하면 피해가 클 전망이다.

◇ELS,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도

ELS 투자를 생각 중인 투자자라면 주가가 급락한 요즘이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이나 홍콩, 미국 증시가 현 시점에서 반 토막 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하는 것은 안정적일 수 있다.

고위험을 감수하고 종목형 ELS에 투자한다면, 어떤 종목을 고르느냐가 중요하다. 약정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그만큼 주가의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이므로 수익률만 보고 결정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처럼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종목들이나, LG그룹 관련주처럼 변동성은 높지만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추가하락 위험이 적은 종목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ELS는 주가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수익이 나는 상품"이라며 "업황이 완전히 망가졌거나 주가가 횡보하는 종목은 피하고, 변동성이 좀 있더라도 성장성이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LS발(發) 주식 매물 폭탄주의

종목형 ELS에 편입된 주식은 원금손실 한계선을 넘어가면 증시에 매물로 쏟아져 나온다. 종목형 ELS의 경우 한계선 아래에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내다 파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LS 원금손실 구간에 근접한 종목들은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심상범 대우증권 팀장은 "ELS 매도물량에 따른 주가 하락 위험 때문에 다른 투자자의 심리도 위축될 수 있고, 공매도처럼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을 쓰는 세력이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ELS 관련 매물이 더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종목은 KT·SK텔레콤·한진해운·효성 등이다. 종목형 ELS가 원금 손실 지점에 근접해 있고,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물량이 200억~600억원 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