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세종시 금고지기 자리 놓고 6개 은행 전쟁끝에 농협 승리

행정수도인 세종시의 예산 계좌를 관리하는 은행 자격을 놓고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이 입찰 경쟁에서 맞붙어 29일 최종 승자가 가려졌습니다. 승자는 농협이었습니다. 농협이 제시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A은행이 앞으로 2년 반 동안 5억원의 기부금을 세종시에 내놓겠다고 했는데도 떨어진 걸 보면 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자체 예산을 관리하는 은행을 '지자체 금고(金庫)'라고 부르는데요. 뭐가 좋길래 은행들이 거액의 기부금까지 내놓으며 매달릴까요? 우선 예금 덩어리가 큽니다. 세종시의 경우 연간 4000억원가량인 예산이 예금의 형태로 농협 계좌로 들어오게 됩니다. 또 800명에 달하는 세종시 공무원들과 거래를 틀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게다가 올해 말부터 중앙정부 부처들이 잇달아 세종시로 이전하면 '신용도' 높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단골로 삼을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농협은 지자체 금고에 관한 한 업계 최강자입니다. 전국 260개 지자체 시·군·구 금고 중 183곳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25개 구(區)의 1년 예산 40조원을 관리하는 우리은행(26곳)을 제외하면, 농협이 지자체의 금고지기를 담당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농협이 이 분야 강자가 된 데는 토종은행이란 이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외국인이 대주주인 시중은행에 금융 정보가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을 꺼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지자체 금고 선정엔 다른 요인도 작용합니다. 각종 축제 등 지자체 행사에 협찬 형식의 기부를 약속하는 겁니다. 올해 말까지 부산, 경기 성남 등 대형 지자체 금고 재선정이 줄줄이 예고되어 있어 은행간 쟁탈전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출혈경쟁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과도한 영업비용을 벌충하려고 일반 고객들에게 짠 금리, 비싼 수수료를 물릴 가능성이 커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