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역 석등 6개 철거된다

서울메트로가 '고전적 의미를 담는다'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설치했던 석등 6개<사진>를 철거하기로 했다. 석등 자체는 한국식이지만, 배열이 일본식으로 돼 있어 "일제의 잔재가 아니냐"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30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문제가 된 석등은 역사가 건립됐던 1980년대, 경복궁역 5번 출구에 세워졌다. 당시 석등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고전적인 한국식 석등 6개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석등의 배열 방식. 마치 일본 신사 진입로처럼 석등이 일렬로 배열됐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이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국보 17호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일렬로 세워진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배열이며 거의 모든 일본 신사가 따르는 일본만의 전통이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석등은 부처님을 모신 법당 앞에 오직 1기만 설치된다"고 했다.

서울메트로는 석등과 관련된 지적이 타당성 있다고 판단, 조만간 해당 석등 6개를 모두 역사에서 치우기로 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처음 석등을 설치할 때 점등 기능도 있었기 때문에 전체 통로를 밝게 하기 위해 별다른 고의성 없이 일렬로 배치한 것 같다"면서 "철거된 석등은 서울메트로 차량기지 안 정원에 재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석등이 철거된 자리에는 일반 등을 설치해 시민 보행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철거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