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았다, 라이브의 생동감… 담고프다, 한국의 에너지

검은 장발과 선한 듯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그리스 출신 뉴에이지 음악가 야니(58)의 등장은 1990년대 한국 음악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그의 크로스오버 뮤직은 무대의 스펙터클과 조화를 이루며 한국은 물론 전 지구촌 음악팬들을 빠져들게 했다. 그가 지난해 초 8년 만에 정규앨범 '트루스 오브 터치'를 발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푸에르토리코의 유적지 '엘 모로' 요새에서 가졌던 야외 공연 실황 앨범을 내놨다.

최근 본지와 이메일로 만난 야니는 먼저 지난해 10월 내한공연부터 추억했다. "한국 관객들은 그 어떤 나라 팬들보다도 더 열정인 함성으로 무대를 채워줬죠. 저도 그 에너지를 듬뿍 충전했습니다. 까닭은 모르겠는데 마치 고향인 지중해 도시 칼라마타에 온 것처럼 편안했어요."

이번 앨범에는 엘 모로에서 연주한 10곡의 라이브 실황이 담겨 있다. 장엄하면서도 현란한 현악합주, 긴장감을 높이는 드럼 비트,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브라스 밴드 등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트루스 오브 터치' '버티고' 등 대표곡들에서 생동감이 넘쳐난다. '나이팅게일'이나 '오드 투 휴머니티'에서는 한스러우면서도 고혹적인 여성의 고음 보컬이 귓가를 파고든다.

야니는 "바닷물결이 넘실대는 가파른 절벽 위에 지어진 엘 모로에서의 공연은 이전에 연주했던 세계 명소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힘든 작업이었다"고 했다. "그곳은 적들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요새입니다. 애당초 공연을 하기가 어려운 곳이죠.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힘을 북돋워주고 적재적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준 관객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자연이었죠."

그는 "내년에 다시 내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며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곧 스튜디오에서 새 정규 앨범에 넣을 노래를 만들 거예요. 그중 몇 곡에선 한국 관객들로부터 얻었던 에너지와 감성을 표현할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서울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도시를 돌며 공연하고 싶고, 무대에서 한국의 전통 악기도 함께 연주할 생각입니다."

열여덟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뒤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야니는 "경제난에 신음 중인 조국 그리스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고향 친지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기 때문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듣고 있죠. 음악을 통해 동포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찾아줄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서고 싶습니다. 작곡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지고 보람찬 일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