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콘서트] 판자촌, 가난의 돌파구였던 신문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1982년 KBS 공채 성우가 됐다. 입사 첫날, 선배 PD가 공부하라며 내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 후 6년간 출근하면 신문부터 펼쳐들고 소리 내 읽었다. 처음엔 토끼 목소리, 여자1 등 한두 마디 녹음이 전부였으나 어느 순간 드라마 '엑스파일' 속 여주인공 스컬리가 됐다. "스컬리는 FBI요원이라 전문용어를 많이 써요. 그치만 저는 하나도 안 어려웠어요. 신문, 특히 사설이 버팀목이 되어 줬기 때문이에요. 1년만 꾸준히 사설을 읽어보세요. 세상사 만사가 거기서 다 나오고, 자기도 모르게 박학다식해져 있을 거예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함께 마련한 '리더스 콘서트'의 상반기 마지막 강연자는 성우 서혜정(50)씨였다. '엑스파일'에 이어 케이블 채널 오락 프로 '남녀탐구생활'의 내레이션으로 더 유명해졌다. 30일 오후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그는 '읽기로 찾은 자유로움'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는 "글 속에서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중학생 때 아버지 사업이 기울어 판자촌서 살았어요. 사람이 가난하면 마음이 피폐해져서 그곳은 그야말로 싸움터, 울고 던지고 부수는 게 다반사였지요. 학교 매점에선 근로장학생으로 친구들에게 과자를 팔고, 방과 후엔 엄마의 해장국집에서 그릇을 날랐어요." 유일한 돌파구는 책. 서씨는 "위인전을 보면서 고난 없이 위인 된 사람은 없다는 데 위로받고, 소설 속 스토리 안에서 헤매며 현실을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나승연, 설득은 신문과 같다

전날인 29일 '리더스 콘서트'를 찾은 강연자는 나승연(39)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대변인이었다. 열 달 전 더반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에게 한양대 백남음악관을 채운 청중은 '리딩으로 소통하는 법'을 궁금해했다. 나 대변인이 꼽은 해결책은 바로 "신문읽기". 그는 "발표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청중 앞에서 뭘 말할 건지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고, 이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뽑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종이 신문은 핵심을 담은 헤드라인과 그 헤드라인을 받쳐주는 근거들로 이뤄져 있어요. 인터넷 신문읽기의 특징이 끝까지 읽지 않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만 보게 된다는 거죠. 종이 신문을 보면 관심 있는 분야만 골라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읽을 수 있고, 또 그 기사의 헤드라인이 어떻게 달렸는지 주의 깊게 보면 프레젠테이션 훈련에도 도움이 됩니다."

4세 때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외국으로 간 그는 '가나다'보다 'ABC'를 먼저 배웠다. 그럼에도 한국어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그는 "신문에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 그 관심사를 풀어내는 표현법, 생생한 이야기 소재들이 있다. 신문을 보며 청중이 뭘 궁금해하는지, 청중에게 뭘 들려줘야 할지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시작해 한 달간 펼쳐진 상반기 '리더스 콘서트'에는 TBWA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소설가 조경란,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 등 우리 사회 리더(leader)들이 신문·책 읽기의 즐거움을 들려줬다. 서울 시내 대학에서 9차례 열린 강연에는 총 2350명이 찾았다.